금융위, 주가조작·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제도 개편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이나 분식 회계 신고자에게 지급하던 포상금 상한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적발·환수된 부당이익 및 과징금의 최대 30%까지 지급한다. 내부 고발자에게 무려 3700억원을 포상했던 미국의 사례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시행령과 하위 규정 개정안을 다음 달 7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포상금 지급 상한을 전면 폐지하고 ▲적발·환수된 부당이익·과징금의 최대 30%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경찰청 등 다른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경우에도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절차를 거쳐 이르면 2분기 내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으로 이어지는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등을 신고하더라도 신고자에게는 최대 30억원(불공정거래), 10억원(회계부정)까지만 포상금이 지급되도록 상한이 규정돼있다. 이에 금융위는 지급 상한을 전면폐지함으로써, "주가조작 및 회계부정= 패가망신"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재차 명확히 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사례 등과 비교할 때 (국내는) 포상금 지급한도가 낮아 내부자들의 신고유인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내부고발에 따른 위험부담 대비 보상을 충분히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부정행위일수록 신고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경우 벌금과 과징금이 100만달러(약 13억3000만원) 이상인 사건에 대해선 내부 고발자에게 회수한 부당 이익금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준다. 과거 에릭슨 사례 당시 SEC가 내부고발자에게 지급한 포상금 규모는 약 2억7900만달러(약 37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 또한 적발·환수된 부당이익·과징금에 비례해 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면서 최대 30%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고자의 기여도에 따라 최종 포상금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포상금 하한도 마련했다. 부당이익·과징금이 적을 경우에도 불공정거래 500만원, 회계부정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을 때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동일 금액 지급이 가능하다.
내부 고발자가 어디에 신고하든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관계기관 간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한 신고나 접수가 아닌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포상금 지급이 불가능했다. 이에 금융위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이첩 또는 공유된 경우에도 포상금 지급 대상으로 보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관건은 재원이다. 금융위는 징수한 과징금을 재원으로 활용한 기금을 조성, 여기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당 기금 신설을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근거가 필요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1~2026년2월 불공정거래 및 회계부정에 따른 포상금 지급건수는 각각 13건, 35건으로 파악된다. 포상금액은 각각 6억3025만원(건당 평균 4848만원), 26억990만원(평균 7457만원)이다. 금융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향후 회계부정 신고 시 총 포상금 규모는 3~4배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잠자는 내부자들을 깨울만한 강력한 유인책을 통해 범죄행위가 구조적으로 조기에 적발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걸리면 벌금, 안 걸리면 대박'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부고발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규 및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