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초상, 당근 이색 구인 시대
개인화 심화에 도움도 거래로 해결하는 사회
최근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에 올라온 이색 공고들이 잇따라 화제가 되면서, 개인화된 사회의 단면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소일거리를 넘어 '사적 영역'까지 거래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당근알바 게시판에는 "아침마다 깨워주실 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성인 직장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매일 지각한다"며 "집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방문해 때리든, 물을 뿌리든 깨워달라"고 요청했다.
보수는 하루 1만원, 월 22만원 수준으로 게시물은 '등·하원 도우미' 카테고리에 등록돼 있었고, 돌봄 대상은 '남아·초등학생 이상'으로 설정돼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게시물은 곧장 SNS로 확산했다. "꿀 알바 아니냐", "운동 삼아 할 만하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남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니 위험하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외제 차 필수·불륜녀 호출까지… 선 넘는 '이색 알바'의 민낯
최근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에 올라온 이색 공고들이 잇따라 화제가 되면서, 개인화된 사회의 단면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임.
앞선 구인 글 외에도 또 다른 구인 글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 구인 글은 '외제 차 소유자'만 지원 가능하다고 명시한 아이 픽업 아르바이트였다. 하루 두 차례, 20분 이내 운행에 건당 1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선 특정 차량 소유 여부를 조건으로 내건 점이 계층적 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제 차 소유자가 이 금액에 지원하겠느냐", "20분 운행에 1만원이면 택시보다 낮다"고 현실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외제 차를 신뢰의 지표로 삼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비서를 회사 1층으로 불러내 달라는 구인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당 10만원이 제시됐고, '30대 여성'이라는 조건까지 붙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차비만 줘도 하겠다"는 반응과 함께 "무단침입·명예훼손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 불륜 상대의 직장을 찾아가 소란을 피운 사례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적 응징을 아르바이트 형태로 외주화하는 것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인 가구 800만 시대… '도움'도 거래로 해결하는 사회
이 가운데, 모든 사례가 논란만 낳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일일 산타 알바'가 2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산타로 선발된 이웃이 아이들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고, 가정당 3만원의 활동비를 받는 방식이었다. 약 2만 명이 지원했고, 2만 8000여 가구가 신청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 집은 멀어서 산타가 안 오는 줄 알았다"는 사연,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부모의 신청 이유는 지역 커뮤니티의 긍정적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침실에 나온 바퀴벌레를 잡아달라"며 3만원을 제시한 글을 비롯해 시급 2만원에 흰머리를 뽑아줄 사람을 구한 공고, 인기 식당 대기 줄을 대신 서달라는 '줄서기 알바', 설거지 알바 등 일상의 사소한 문제 해결을 타인에게 맡기는 구인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린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세 집 중 한 집이 '나 홀로 가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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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요청할 지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플랫폼이 '즉각적 해결 창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화 심화와 연결 지어 해석한다. 특히 부탁할 지인이 줄어들면서, 도움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플랫폼은 이 수요를 빠르게 연결해준다. 문제는 안전과 법적 책임, 그리고 윤리적 기준이다. 당근 측은 지역 기반의 일손 연결이라는 취지를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사적 문제 해결의 통로로 과도하게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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