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1년내·기존 1년6개월내 소각 원칙
재계 요구 '비자발적 취득' '중기·벤처' 예외 빠져
코스피 PBR 0.9→1.3 전망도…보험주 급등
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주요 키(Key)가 될 수 있을까. 기업이 새롭게 취득한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도록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주주가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온 관행을 차단하고 주주 환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미 주가 부양 기대감이 확연하다. 반면 재계는 예외 규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3차 상법개정안 살펴보니…시장은 '긍정적' 반응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역시 1년6개월 이내 소각해야만 한다. 통신업종 등 외국인 지분 제한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3년 내' 처분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개정의 포인트는 이사회가 마음대로 결정했던 것을 주주총회가 결정하도록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이 M&A나 지주사 전환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얻게 된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일괄 의무 소각 대상에 포함한 점이 눈에 띈다. 자사주 취득 목적과 관계없이 모든 자사주를 동일하게 규율하도록 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 20일 법안소위 통과 전부터 보험·증권주가 급등했고,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정착될 경우 코스피 상장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 0.9배 수준에서 1.3배까지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 취득 대부분은 지배주주 지배권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었다"며 "소각 의무화는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한 뒤 2월 국회에서 본회의 절차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이르면 24일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도 예외 없다…재계는 "경영권 방어 무력화"
개정안에는 그간 재계가 요구해온 비자발적 자사주 및 중소·벤처기업 별도 예외가 반영되지 않았다. 소각 의무 예외는 ▲주주에 대한 비례·균등 처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제도 실시 등의 목적을 위한 경우 등으로 한정됐다.
이는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생애주기나 산업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경영권 방어장치가 사라진다"며 적대적 M&A 노출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권정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가 합병이나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소각 강제 시 회사 재편에 필요한 유연한 전략 실행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조건적 소각이 아니라 주주 승인이 있을 경우 보유·처분을 허용하게 돼 있다"며 현 법안에 이미 경영권 방어 장치가 포함돼있음을 시사했다. 이 회장 역시 "예외를 넓히면 일반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상장기업은 규모를 불문하고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예외 요구 또한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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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배당정책의 예측 가능성 제고, 이사회 독립성 확보 등 구조적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상징적 조치이자 출발점"이라며 "투자자 신뢰를 높이려면 기업의 자본 배치 정책 전반에 대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며 "상법 개정에 따른 후속 입법 역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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