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랠리 속 은값 주목하는 투자자들
시장 전망 살펴보니 "추가 상승여력 남아"
내달 '초초미니' 은 선물 상품도 출시
변동성 확대는 경계해야...'중장기' 접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면서 고점 부담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시선은 은(silver)에 쏠린다. 마찬가지로 가파른 가격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저평가돼 왔던 구조적 배경과 산업·투자 수요를 고려할 때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은 시장이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수십년간 가격 눌려 있었다" 은값 랠리 전망, 왜?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선물은 이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은 시장이 기존 가격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균형 구간, 즉 뉴노멀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상승여력이 제한된 금보다 은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 확대된 점은 뉴노멀로 봐도 무방하다"며 "최근 은 가격 급등세에도 여전히 접근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십년간 가격이 눌려 있었기에 은의 상승여력은 아직도 높다"고 덧붙였다.
은 현물 가격은 이번 주 사상 최초로 트라이온스당 11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 가격 상승 자체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지만, 이번 움직임은 상승이 시작된 시점과 속도, 그리고 폭에서 이전 사이클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은 시장이 반응하는 조건 자체가 이전 사이클과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선물은 2025년 은 가격 상승 원인을 ▲비싸진 금 대신 은을 찾는 중국 및 인도 투자자 증가 ▲잠재적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인한 미국에서의 선수요 ▲런던 은 재고 부족으로 인한 역사적 쇼트 스퀴즈 ▲중국 재고 급감 ▲미국 정부의 핵심 광물 지정 ▲태양광 생산 증가로 산업 소비의 큰 폭 증가 ▲은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5년 연속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상황 등 7가지를 꼽으며 이러한 원인이 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정책 변화는 은 가격의 중장기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삼성선물은 연말·연초 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중국발 수요 확대를 지목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은 소비국으로, 기존 산업용 수요에 더해 투자 목적의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 역시 은을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로 지정하며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어, 은이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또 다른 자원전쟁의 시작"이라며 "공급자인 중국은 자원을 통제하려하고, 수요자인 미국은 자원을 확보하려는 구도가 주된 상승 트리거"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은에 대한 산업 수요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간 은은 태양광 패널 전극, 전력망의 고전도 접점, 데이터센터 서버 및 전력 연결부, 전기차 전장 시스템 등에 주로 사용돼왔다. 이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은 단순한 IT 투자를 넘어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를 동반하며, 은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며 "전기화·AI 인프라는 정책 목표와 기술 전환 일정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에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쉽게 중단되기 어렵다. 중장기적 구조적 수요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 안팎에서는 오랜기간 금과 은 사이의 상대가치가 괴리돼왔음도 주목하고 있다. 통상 금이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은은 투자 수요와 산업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금과 은 가격 비율의 장기 평균은 약 86배 수준이었으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2025년 상반기에는 100배를 웃도는 구간까지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위기 국면에서 금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은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가 장기간 유지돼 왔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말 150달러 전망 속 '변동성' 경고도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은 가격이 단기적으로 조정과 급등을 반복할 수 있으나, 중기적인 상승 추세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선물은 2026년 말 기준 은 가격을 트라이온스당 150달러로 제시하며 아직 상승 여력이 60%가량 남았다고 분석했다. 옥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과 안전선호 요인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현시점에서 (은값) 상승 모멘텀을 거스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환경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다음 달 9일부터 100온스 단위의 '초초미니' 은 선물 계약을 출시한다. 이는 기존 은 선물 대비 거래 단위를 크게 줄여 증거금 부담을 낮춘 상품으로,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조치다. CME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금 투자 수요가 급증하자, 작년 1월에 1온스 금 선물 계약을 출시한 바 있다.
다만 지난 13일부터 미국 CME가 증거금을 퍼센트제로 바꾸면서 단기적 영향은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경우 은 가격이 상승할수록 필요 증거금도 오르기에 신규 롱 진입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다. 옥 연구원은 "가격 급등 시 추가 증거금이 필요하기에 마진콜에 취약해지고 상승 탄력이 둔화할 여지가 있다"며 "숏 포지션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오를수록 증거금이 더 필요해진다. 조정과 급등이 반복되는 흐름이 나올 수 있다"고 변동성을 경고했다.
황병권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금과 구리 가격의 동반 상승 국면에서 수혜를 보는 은 가격 강세 동력은 유효하다"면서도 이미 높아진 선물 증거금 부담이 투자자(비상업) 매수 포지션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변동성도 확대 양상"이라며 "단기적인 은 투자에서 무분별한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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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은의 위치를 중장기적 자산으로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은은) 실질금리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안전자산적 성격이, ESG·전기화·AI 인프라 확산 국면에서는 산업 수요 기반의 가격 지지력이 동시에 나타난다"면서 "단기 가격 베팅보다는 정책 환경과 산업 전환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중장기 자산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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