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 연초 대비 9.5% ↓
관세전쟁·금리인하 영향
월가 2026년에도 약달러 관측
차기 Fed 의장 행보에 주목
미국의 달러 가치가 올해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국(유로·일본·영국·캐나다·스웨덴·스위스)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12% 오른 98.16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9.5%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유로 대비 달러는 약 14% 급등하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7580달러를 기록하며 202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달러는 2017년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치뱅크 글로벌 외환 연구 책임자는 "올해 자유변동환율제 역사상 달러화 실적이 가장 부진했던 한 해"라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달러는 한때 주요 통화 대비 15%까지 하락해다가 이후 일부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약세 압력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Fed가 2026년 말까지 두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다른 국가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하면 약달러 기조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월가에서는 유로·달러 환율에 대해 2026년 말 1.2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운드·달러는 현재 1.33달러에서 1.36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경제학자는 "Fed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추세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여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 중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차기 Fed 의장에 따라 달러화의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차기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른다면 달러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 마크 소벨 전 재무부 관계자는 "트럼프의 행보는 달러의 지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흔들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가 현재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매수할 때 환 헤지를 시작하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라 벨로스 도이치뱅크 관계자는 "특히 유럽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헤지하지 않은 달러 노출 상품에 대해 구조적으로 재평가한 점도 달러 약세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거래 시 환 헤지를 하면 달러는 약세 압박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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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각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인해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유럽보다 빠르게 유지되고, 이는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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