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⑦AI 연구 주52시간 예외적용법 발의 이유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국힘 의원 인터뷰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만 한다면 삭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난주 '인공지능(AI) 연구·개발자 주 52시간 예외적용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3주 전 중국에서 AI·로봇 기술력을 확인하고 AI 업계에 주 52시간 규제를 푸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고 의원은 30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기술을 보니 그동안 어떻게 일했는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며 "중국은 개발자들이 야전침대까지 놓고 밤낮없이 일하며 딥시크를 내놨는데, 우리나라는 근무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지 않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AI 연구개발(R&D)직을 한정해 주 52시간제 예외적용법을 발의한 이유는.
▲앞서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법안을 발의한 적 있다. 그런데 AI 산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포함이 되지 않아 법안이 통과돼도 예외를 적용받기 어렵다. AI 산업이야말로 업무의 지속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퇴근 시간 제약에 걸려서 코딩 작업을 멈추고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면 업무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 AI 분야 산업계의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1년은 다들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현장에서는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 인사팀으로부터 더 근무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건물 전체 층에 불이 다 꺼져 있다고 말하는 임원도 있다. 엔비디아 개발자들이 한국 기업은 아직도 주 52시간만 일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엔비디아는 새벽 2시에도 업무 관련 메일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몰입해서 일한다.
-노동계에서는 건강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 성과의 질과 효과가 충분한 휴식에서 나온다는 점을 안다. 그런데 주 52시간제 완화가 무조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은 효율성도 생각해야 한다. 성과가 예상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일부 특수한 상황과 특정한 주간에는 시간제한 없이 일을 몰아서 할 수 있는 정도의 '근로 자유'를 국가가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건강을 저해하지 않고 장시간 근로가 가능하다고 보나.
▲365일 주야장천 장시간 근로를 하자는 게 아니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는 쉬자는 것이다. 법안의 내용도 모든 산업군에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고 AI나 반도체 같은 일부 국가적 핵심 산업군에 한정한다. 또 일정 기준에 따른 고소득 R&D 직종을 대상으로 당사자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무엇보다 연간 또는 월간으로 충분한 휴식권과 휴일을 보장하는 내용을 하위 법령에 담으려고 한다. 일본은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용하면서 연간 104일 이상 휴일을 부여한다.
-정부는 다양한 AI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주 52시간 규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표면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주 52시간제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연화를 반대하는 근본 원인은 양대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반대와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AI 모델 학습은 연속성·집중성·속도가 생명이라 주 52시간의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R&D는 멈추고 경쟁국은 앞서나간다.
-이대로라면 AI 3대 강국은 어려워 보이는데.
▲개인적인 판단으로 국가별 AI 점수를 매겨보면 미국 95점, 중국 92점 정도다. 한국은 영국·싱가포르·일본 등과 함께 60~70점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딥시크가 오픈AI를 증류(distillation·AI 모델 출력값을 학습시켜 더 효율적인 AI 모델을 만드는 방식)했다고 알려졌는데, 우리도 빨리 들어가면 가능하다고 본다. 대신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26일 법안 발의 관련 정부·여당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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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피드백은 없다. 주 52시간제 완화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도 당시 여당 의원들 상당수가 동의한다고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주 4.5일제 도입 등을 언급하면서 목소리가 사라졌다. 정부가 양대 노총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설명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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