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장 커져도 카드사 본질적 역할 여전히 유효"
"캐피털사, 리스·할부금융의 재설계해 생산적 금융 주도해야"
내년도 여신금융업계에 스테이블코인과 렌털·리스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6 여신금융업 전망 및 재도약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여신금융포럼에서 "해외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카드사가 영위하던 본질적 역할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무가 정의하는 카드업의 본질은 결제·정산 시스템과 가맹점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결제서비스 제공이다.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확산하더라도 기존 결제망과의 연계는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블록체인과 결제망을 연결하는 역량이 앞으로 카드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유 전무는 향후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비용과 속도, 프로그래머블 머니 결제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블록체인 기술과 전통적 카드결제가 가진 범용성·편의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봤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모델 구축 시 초기 파트너십 확보가 중요하다"며 "블록체인 인프라를 기존 결제망에 안정적으로 연동하고 운용할 수 있는 역량 내재화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는 약 50조달러(약 7경3560조원)다. 이 중 트레이딩로봇과 스마트 콘트랙트(블록체인 기반 자동계약) 등을 제외한 사람과 사람 간 거래는 10조3000억달러 규모다. 5년 만에 약 30배 정도 커졌다.
유 전무는 내년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입법 내용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봤다. 유 전무는 "발행사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이와 대응하는 국채 등 자산을 9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제화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도 커질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캐피털사가 리스·할부금융의 재설계를 통해 생산적 금융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면서 렌털 취급 한도 완화와 통신판매업 허용, 에프터마켓 서비스 확대 등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현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 교수는 "캐피털사가 친환경과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전기차 리스·할부 시장에서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비교해 초기 구매 비용이 많이 들어 리스와 할부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 교수는 "캐피털사들이 전기차 전용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모델을 고도화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충전 인프라 연계 서비스도 제공해 전기차 보급 확산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첨단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캐피털사가 생산설비 리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산업은 고가의 생산설비가 필수적이지만 초기자금 부담이 크다"며 "캐피털사들이 기계·설비리스 상품을 강화하고 기술평가 역량을 확보해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외에도 캐피털사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 대안 신용평가 고도화와 플랫폼 기반 영업 강화 등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내재화를 통해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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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과 관련해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환경 속에서 여신금융사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점검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됐다"며 "이날 논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금융당국과 국회, 업계와 적극 소통해 규제 혁신과 제도적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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