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美서 안보심사 거친 뒤 中 수출"

'수출세 논란' 해결하나…안보검토 효과는 의문

중국으로 향하는 엔비디아 H200 칩이 선적 전 미국에서 별도 안보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의 H200 칩이 중국으로 수출되기 전 미국에서 특별 안보 심사를 받게 된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은 대부분 대만 TSMC에서 생산되므로, H200 칩이 미국에서 안보 심사를 받게 되면 대만에서 미국으로 실어 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경로를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복잡한 경로를 거치는 것은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이 양국 간 AI 패권 경쟁 등에서 국가 안보에 해가 된다는 압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미 상원에는 향후 30개월 동안 상무부 장관이 첨단 칩의 중국 수출 허가를 거부하도록 하는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수출 반도체법(SAFE Act)'이 초당적으로 발의되는 등 H200 칩의 중국 수출 허용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칩이 미국을 거쳐 중국에 수출되면 매출의 25%를 정부가 받기로 한 데 따른 법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반도체 회사가 대(對)중국 수출액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안에 대해 그간 수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 칩이 대만에서 미국에 들어올 때 관세나 수입세 등을 부과하고, 다시 이를 중국으로 수출하면 논란을 우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안보 검토가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해당 칩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 어떻게 쓰이는지가 안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에서는 엔비디아의 AI 칩이 중국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자체 안보 우려로 자국군에 미국 칩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H200 칩의 수출을 허용한 것은 중국 화웨이가 이미 비슷한 성능을 갖춘 AI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안보 위험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화웨이의 최신 '어센드' 칩을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 클라우드매트릭스384가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NVL72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아울러 화웨이가 2026년에 어센드 칩을 수백만 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수출 허용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을 중국에 수출하더라도 미국이 18개월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무부와 엔비디아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