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흥행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 내한
"속편에 트로트 등 다양한 K음악 담고 싶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뒤 열흘 동안 남편과 함께 트위터(엑스)와 인스타그램을 끝없이 봤어요. 새벽 2시까지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어요. 한국 팬들의 메시지가 계속 도착하면서 '이게 정말 글로벌하게 터졌구나' 싶었죠."
메기 강(강민지) 감독은 2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전 세계에서 쏟아진 반응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은 한국·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31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 전체 영화 부문 누적 시청 순위 2위에 올랐다.
강 감독은 "정확히 7년이 걸려 완성됐다.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작품이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은 배경으로 보편적 공감대를 꼽았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안정되길 원한다. 캐릭터가 가진 두려움과 성장 서사가 관객에게 닿았다고 생각해요. '케데헌' 시사회에 온 여섯 살 아이가 '루미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을 때, 이 영화가 다루는 핵심 주제가 분명해졌다고 느꼈어요.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수치심을 극복하는 과정'이죠."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도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주제곡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 곡 가운데 여성 보컬이 참여해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어 아이돌'(Your Idol), '소다 팝'(Soda Pop)도 10위 안에 포함됐다. 영화 OST가 빌보드 10위권에 세 곡이나 진입한 사례는 '토요일 밤의 열기'(1977), '사랑을 기다리며'(1995) 이후 처음이다.
강 감독은 "'골든'은 주인공 루미의 대표곡이어서 작업 난도가 높았다. 7~8개 버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했고, 그 순간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극 중 목욕탕, 한의원, 길거리 분식, 팬 사인회와 응원봉 같은 요소는 국내 관객에게 높은 공감을 얻었다. 한국 문화를 정밀하게 묘사한 감독의 의도였다. 그는 "애니메이션 '뮬란'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면서 일본 기모노가 등장하는데, 아시아인으로서 그런 묘사를 볼 때 기분이 나빴다"며 "한국 문화를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담고 싶었다. 팀 안에도 한국인 스태프가 많아 세밀하게 연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통적 소재는 연출적 장치로도 활용됐다. 극 중 사자보이즈는 저승사자에서 따온 설정이다. 강 감독은 "저승사자나 도깨비는 서양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데몬'이라는 주제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또 우리 문화에서 굿은 콘서트의 시작과 같다. 헌트릭스가 악귀를 물리치고 무대를 이어가는 설정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무당 캐릭터는 여성서사와 연결됐다. 강 감독은 "무당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성 의복을 입고 굿을 하는 모습은 강력하고 진보적인 상징이며, 페미니즘의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무당과 여성서사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은유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5세 때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교포 창작자로서의 정체성도 언급했다. 강 감독은 "많은 교포가 정체성 혼란을 겪지만, 나는 언어 덕분에 한국 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며 "진정한 글로벌화를 원한다면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창작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창작자가 많고,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기획과 지원도 작품 완성에 힘을 보탰다. 강 감독은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을 잘 알고 있었고, 애니메이션과 K팝을 결합한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었다. 제작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의 장르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성숙한 주제를 슈퍼히어로 이야기와 결합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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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속편 가능성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얘기는 없지만, 보여드리지 않은 뒷이야기와 아이디어는 많다"며 "한국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더 담고 싶다. 트로트도 흥미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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