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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부모가 다 해주면 아이는 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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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부모·다정한 양육 등
육아 단계 과잉보호 부작용 만연

사회적 성장 경험 못한 아이들
인간 관계·감정 조절에 어려움
시련과 극복 통해 자립심 길러야

[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부모가 다 해주면 아이는 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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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북 안동의 한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있었다. 학부모와 기간제 교사가 함께 시험지를 훔치려다 체포됐다. 기간제 교사는 학부모 딸이 중학생 때 과외 교사를 했고, 고교 1학년 때는 이 학생의 담임을 맡았다. 범행은 이때 시작해 두 해째 이어진 듯하다. 평소 전교 1등을 도맡았던 학생은 훔친 시험지 없이 시험에서 수학 40점을 받은 후, 전 학년 성적이 0점 처리된 후 퇴학당했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딸을 의대에 보내려다 이런 짓을 저질렀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네덜란드 인류학자 아르놀트 판 헤네프에 따르면, 인간은 삶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통과의례를 치른다. 의례는 탄생, 입학, 성인 되기, 혼인, 죽음 등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는 때마다 이뤄진다. 의례를 치르는 사람은 적절한 시련을 맞이한 후, 이를 제힘으로 극복해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부모 힘으로 이 의례를 건너뛴 아이는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어른이'에 머문다. 하찮은 불편에도 자주 징징대고, 수시로 싫증 내며,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한다.


극성떠는 부모는 아이 인생을 망친다. 저 여학생의 경우에도, 편법으로 얻어낸 100점은 실제로 40점에 불과하지 않은가. 더욱이 경찰 조사에서 이 학생은 "똑같은 문제가 시험에 나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무엇이 잘못인지 몰랐다"고 했다. 고3 학생이 이 정도 사리를 분별할 '한 줌의 도덕'조차 없다면, 그 삶은 이미 망가진 셈이다. 이제부터 어긋난 삶의 경로를 되돌리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테니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서점가엔 아이들 교육에서 '적절한 좌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책들이 잇따르고 있다. 부모가 일일이 아이 앞 장애물을 치워 주고, 약간의 불편이나 불쾌도 겪지 않도록 보살피는 세계에서 아이는 스스로 사고해서 판단하고 해결책을 발명하는 힘이 모자라진다. 불편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실제로 잘나지도 똑똑지도 못한데 제가 제일인 줄 알고 우쭐대는 청맹과니가 된다.


'적절한 좌절'(저녁달)에서 김경일과 류한욱은 경고한다. "애착 과잉의 부모는 정서 비만의 자녀를 낳는다. 정서 비만 상태의 사람은 작은 실패에도 쉽게 무너지고, 자율성과 책임감이 부족해 스스로 결정하거나 행동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아이는 '꽃길'만 걸어선 안 된다. 세상이 던지는 온갖 문제를 제힘으로 극복하고, 힘든 인간관계를 홀로 풀어간 경험 없이 자란 아이는 온전한 '나'로 자라지 못한다. 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부모 애정과 결정에 의존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찌질이', 지나치게 남의 눈을 신경 쓰며 안절부절못하는 '소심이', 제 맘대로 조금만 안 돼도 쉽게 화를 내는 '분조장'이 된다.


조너선 화이트 미국 뉴욕대 교수는 자녀 주위를 돌면서 항상 아이들을 감시하고 보호하는 '헬리콥터 양육'이 아이들의 자율성과 회복탄력성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부모 그늘 밑에서 햇볕의 뜨거움을 맛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버거워한다. 이런 아이들은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고, 자율성과 독립성이 부족해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말대로, "억압된 모든 건 결국 되돌아온다." 고통을 차단해 아이들이 실세계에 들어서지 못하게 방해하면, 어른이 됐을 때 그 반동으로 인한 대가를 치른다. 아이를 위하려다 아이를 망치는 것이다.


'부서지는 아이들'(웅진지식하우스)에서 애비게일 슈라이어 맨해튼정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다정한 양육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정한 양육은 부모 울타리 아래서 실패나 실수를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아이를 '금쪽이'로 기르는 걸 말한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를 벗어나 대학이나 사회로 나가는 순간, 쉽게 정신적 혼란에 빠진다. 간단치 않은 사회적 요구와 거기서 생겨나는 문제가 준비되지 않은 폭풍우처럼 이들을 강타하는 까닭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양육의 원칙이 아이의 내적 성장이 아닌 '감정 존중 또는 보호'로 옮겨갔다. 병들지 않았는데도 아이 양육에 '도덕 언어' 대신 '치료 언어'가 쓰이기 시작한다. 트라우마라는 말이 남용되고 부모의 과보호가 일상화한다. 아이가 잘못해도 무작정 이해하고 양보하며, 그들에게 스트레스나 좌절을 조금도 주지 않겠다고 호들갑 떤다. 아이가 목욕할 때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자를 씌우고, 아이가 싫다면 햄버거 참깨까지 떼준다. 김밥 먹을 때 일일이 오이를 빼주는 꼴이다.


학교는 더 심각하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규범과 절제를 가르쳐" 사회화 과정을 돕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 마음이 '조금도' 상처받지 않게 보살피고 돌보는 도우미로 전락한다. 수업 듣던 학생이 짜증 내도 받아주고, 울거나 소리 질러도 참아주고, 심지어 교사에게 욕하거나 성희롱하는 학생조차 관대히 대해야 한다. 이 모든 행태가 학생들이 '도움을 바라는 외침'으로 해석된다. 꾸짖으면 부모가 찾아오고, 혼내면 다른 학생 앞에서 모욕을 줬다고 고발된다.


그러나 '금쪽이'로 키우려다 '끔찍이'가 된다. 과보호하면 고통에 대한 면역이 아이들 마음에 생기지 않아, 사소한 좌절에도 마음이 부서지는 '유리 멘탈' 어른으로 자라난다. 전례 없는 부모 사랑은 결국 아이를 부모 없이 저 홀로 아무것도 못 하는 '빈껍데기 어른'으로 만든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면, 그들을 적절한 모험에 밀어 넣고, 이들이 고난에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쌓게 도와야 한다. 양육의 목적은 보호나 돌봄보다는 성장과 성숙에 있다. 부모가 자전거를 대신 타 줄 순 없다. 자전거에 능숙해지려면, 아이가 혼자 페달을 밟아 달리면서 수시로 비틀대고 넘어지고 때로는 팔꿈치와 무릎이 깨지면서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고약한 친구도 사귀고, 못된 놈들과 맞서고, 연애에 실패해 괴로워도 하고, 아슬아슬한 정글짐에 올라 짜릿한 성공도 맛봐야 한다. 높은 압력과 열기가 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만들듯, 크고 작은 고통에 단련된 마음만이 보석처럼 빛난다. 슈라이어는 말한다. "우리는 꽃이 달콤한 설탕 가루 속에서 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꽃은 흙에서 가장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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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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