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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 받아 그린 '신전을 위한 회화'...150년 전 여성 작가를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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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 국내 첫 회고전
'힐마 아프 크린트: 적절한 소환'
회화, 드로잉 등 작품 139점 전시
사후 20년간 비공개...한 세기만 조명
단순 소비보다 '호명의 무게감' 강조 기획

추상미술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여성 작가, 사후 20년간 자신의 작품 공개를 금지한 시대를 비껴간 인물, 신지학(계시 등으로 깨달음을 얻는 종교 철학)에 몰두한 탓에 예술 활동을 '더 큰 질서로부터 받아 적는 작업'이라고 여겼던 신앙인...

계시 받아 그린 '신전을 위한 회화'...150년 전 여성 작가를 소환하다 힐마 아프 클린트, '그룹 X, 제단화'(1915)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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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술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는 최초의 추상화가란 상징성를 지녔음에도 오랜 시간 예술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추상화 거장인 칸딘스키(1866~1944), 말레비치(1869~1935), 몬드리안(1872~1944)보다 앞섰다. 하지만 그는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해 은둔했다. 그런 그가 최근 10여년간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7일 그의 국내 첫 회고전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힐마 아프 클린트의 주요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드로잉과 기록 자료 등 총 13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연대기의 틀을 유지하지만, 그보다 작가의 사유와 질문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단순히 시간순에 따른 변화를 전시하기보다, 신지학, 여성주의미술 등 주제별로 작가의 예술 세계가 지닌 사유의 깊이를 조망한다.

계시 받아 그린 '신전을 위한 회화'...150년 전 여성 작가를 소환하다 전시장은 벽을 일부 개방해 각 공간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조성됐다. 연대기적 단순 서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획의 일환이다. 서믿음 기자

작가는 당시 여성으로는 이례적으로, 스웨덴 왕립 미술 학교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당시 여성의 미술 교육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초기 작품은 식물과 동물의 세밀화, 초상화, 풍경화를 그렸으나 점차 추상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18살 당시 여동생을 잃은 상실감은 신지학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했고 이는 추상화 작업의 동력이 됐다. 신지학은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형성된 종교 사상 체계로, 신적 존재로부터의 계시를 중시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각으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에 이론적 배경이 됐다. 전시를 기획한 최상호 학예사는 "작가는 회화 작업을 주체적 작업이 아니라 더 큰 질서로부터 받아 적는 일로 여겼다"며 "이름을 붙이지 않은 '무제'작이 많은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 대다수는 날짜와 연작명으로만 이뤄졌고, 일부는 사후에 연구자나 재단이 새로 붙였다.


작가는 1906년 보이지 않는 존재로부터 신전을 위한 그림을 그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진다. 이후 10년간 작업에 몰두해 '신전을 위한 그림' '파르시팔' '원자' 연작 등을 완성했다. 전시는 초기 회화 작업을 거쳐, 신지학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질서를 탐색하는 과정, 마침내 '신전을 위한 그림'을 완성한 후 '파르시팔' '원자' 등 연작과 그에 관한 기록물을 소개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계시 받아 그린 '신전을 위한 회화'...150년 전 여성 작가를 소환하다 우주적 질서와 영적 성장을 시각화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받는 힐마 아프 클리트의 대형회화 10점. 서믿음 기자

전시관의 큰 홀 벽면을 웅장하게 차지한 '10점의 대형 회화'는 우주적 질서와 영적 성장을 시각화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그림에는 작가 특유의 이중 기호와 대칭구조가 반복되는데, 그중 나무는 생명의 구조와 우주와의 연결을 상징한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생전 자신의 작업이 시대를 앞섰다고 생각해, 사후 20년간 봉인해 달라고 유언했다. 이후 1200점의 그림과 100편 이상의 노트가 조카의 다락방에서 발견되면서 1986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다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이 6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으면서 뒤늦게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최상호 학예사는 "한 때 너무 일찍 도착했다며 외면한 그의 작업은 이제 너무 늦게 발굴한 천재라는 편협한 수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성급한 소환에 따른 편향과 왜곡을 경계하며 이름을 호명하는 행위 자체가 지닌 미묘한 힘과 책임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한 세기 반 이전의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작가를 21세기 현대미술관으로 소환함으로써, 그를 더 이상 단절된 과거의 작가가 아니라 이어지는 오늘의 시선과 유를 재구성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며 "이런 시도가 전시를 보는 이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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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오는 10월26일까지 이어진다.




부산=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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