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티리얼즈·실트론 성공 이끈 전략가
SK㈜ 대표로선 투자 조직 일원화 주도
취임 직후 "생존의 문제"…IPO 철회로 첫발
SK이노베이션이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하고, 외부 투자자 보유 지분 30%를 매입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장용호 총괄사장 부임 후의 첫 실행 카드로, 그룹 안팎에 리밸런싱(사업 재편) 속도전을 천명한 조치로 해석된다.
26일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이를 다른 계열사와 합병시키는 방안 등 여러 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대신 계열사 간 통합과 유동화를 통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경영진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은 장 사장과 추형욱 대표이사를 새 경영진으로 선임했는데, 연장자이자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장 사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장 사장은 SK그룹 내 대표적인 '실행형 투자 전략가'로 통한다. 장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SK이노베이션 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태스크포스장, PM2 부문장 등을 거쳐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PM2 시절에는 OCI머티리얼즈 인수 실무를 맡았고, SK머티리얼즈 대표로서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장했다. SK실트론에선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해 첨단 라인업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중심 조직 개편 과정에서 SK㈜ 대표를 맡아 글로벌 투자 기능 일원화와 지주회사 투자 역량 강화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로 등판한 장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실행력 강화를 주문했다. 취임 후 나흘째인 지난 2일, 전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 레터에서 그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전체 구성원 대상 첫 타운홀 미팅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실행'을 언급하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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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K엔무브 완전자회사 편입은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판단된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자본시장 침체와 '쪼개기 상장'에 대한 정치권 반발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시나리오를 위한 '선제 정리'로 해석한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29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SK엔무브는 같은 기간 12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 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SK온의 재무 개선과 구조조정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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