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 연구팀이 서강대학교와 공동으로 '반데르발스 바일 반금속'으로 알려진 이차원 물질(WTe₂, MoTe₂)이 고압 환경에서 어떻게 구조와 전자적 성질을 변화시키는지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고압 조건에서 위상 물질의 구조 전이와 초전도 현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반데르발스 바일 반금속(Van der Waals Weyl Semimetal)은 원자층이 반데르발스 힘으로 느슨하게 결합된 특수한 이차원 금속 물질로, 전자들이 '바일(Weyl) 상태'라는 독특한 양자적 성질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WTe₂(텅스텐 디텔루라이드)와 MoTe₂(몰리브덴 디텔루라이드)가 있으며, 이들은 비대칭적인 구조와 강한 스핀-궤도 결합 덕분에 비정상적인 홀 효과, 거대 자기저항, Fermi arc 같은 독특한 현상을 보인다. MoTe₂는 온도에 따라 위상 금속과 초전도체 사이를 오갈 수 있어 차세대 전자소자나 양자기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압력이 가해질 때 반데르발스 물질의 구조가 층과 층 사이(inter-layer), 층 내부(intra-layer)에서 서로 다르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 변화 모델을 제시해 학술적 가치를 높였다. 이 연구 결과는 고압 물질 연구뿐 아니라, 나노·양자 소재 개발의 중요한 이론적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얇은 원자층이 차곡차곡 쌓인 구조로, 각 층 간 결합이 매우 약해 이차원 물질로서의 특성과 강한 방향성(이방성)을 가진다. 여기에 바일 반금속 특성이 더해지면, 전류가 흐를 때 마치 질량이 없는 입자처럼 행동하는 '바일 페르미온(Weyl fermion)'이 나타나 물리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 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반데르발스 바일 반금속의 구조가 압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변하며, 이 구조 전이가 전자 상태 변화 및 초전도성 발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약 2.5GPa의 압력에서 WTe₂가 Td(정방정계) 구조에서 1T′(단사정계) 구조로 바뀌는 구조 전이와 함께, 자기저항이 급격히 줄고 초전도성이 출현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라만 분광과 광 펌프-프로브 분광 측정을 통해 명확히 관찰됐으며, 구조 전이와 전자적 성질 변화, 초전도성 발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압력 증가에 따라 구조 전이가 두 단계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이다. 낮은 압력에서는 층 사이 구조가 먼저 변하고, 이후 약 10GPa 이상의 고압 환경에서는 층 내부 원자 배열이 왜곡되며 1T′(단사정계) 구조에서 1T″(삼사정계) 구조로 전이된다.
이러한 고압 전이는 제2차 조화파(SHG) 신호의 급격한 변화, 라만 모드의 소실, 광학 반사도 변화 등을 통해 실험적으로 입증됐으며, 기존에 알려진 전하 농도의 변화 시점과도 정확히 일치해 고압 환경에서 구조 전이의 복잡한 다단계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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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구조 전이, 위상 상태 변화, 초전도성 발현 간의 연관성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고, 압력에 따른 구조 변화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고압 연구의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며 "이차원 위상물질에서 구조와 전자 특성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밝혀내면서 향후 스핀트로닉스·양자 컴퓨팅 소자에서 위상 제어 기술 개발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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