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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인 한국 상륙…중간 기착지인가 최종 소비지인가 [뉴스인사이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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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코카인, 대한민국을 노린다
강릉 옥계항서 코카인 밀반입…2t 발각, 6700만명 투약 가능
단속 강화로 美·유럽 경로 차단…韓, 전략적 유통거점으로 부상?
주변국보다 마약 2~3배 비싸…수익성 높아 카르텔 유인책으로
외국인 마약 사범 급증…압수량도 4년새 4배 늘어
성범죄 등 다중범죄 위험성

4월2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 옥계항의 어둠을 뚫고 벌크선 한 척이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선박 기관실 깊은 곳에서 해경이 비닐과 박스에 꽁꽁 싸인 코카인 덩어리들을 찾아냈다. 발견된 코카인은 무려 2t, 67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가로 환산하면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동해지방해경과 서울본부세관은 '남미에서 출발한 대형 마약 운반선이 한국으로 향했다'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긴급 첩보를 받고 추적에 나서 코카인 압수에 성공했다. 코카인을 실은 선박은 충남 당진항, 중국 장자강항과 자푸항을 경유했으며 다섯 차례에 걸쳐 해상 반출을 시도했지만 기상 악화로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옥계항을 택했다가 결국 수사망에 걸렸다고 한다.


현장에서 검거된 선원 둘은 필리핀 국적,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이 잡혔다. 필리핀 선원들은 300만페소(약 7662만원)씩을 받기로 하고 페루 근해상에서 코카인을 실은 소형 보트와 접선해 마약을 넘겨받았다. 이후 기관실 깊숙이 숨기고 파나마를 돌아 한국으로 향했다. 당국은 이들 외에도 당진항에서 배에서 내린 필리핀 선원 3명, 페루에서 내린 1명이 더 있었다고 보고 국제 공조 수사를 하고 있다.

코카인 한국 상륙…중간 기착지인가 최종 소비지인가 [뉴스인사이드 ①] 강원 동해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지난 4월 2일 강릉 옥계항 한 선박에서 압수한 코카인 의심 물질이 놓여 있다.(제공: 동해지방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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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카르텔이 한국을 선택한 까닭


문제는 이들이 왜 한국을 택했느냐는 것이다. 코카인은 마약 가운데서도 가장 유통량이 많은 편에 속하고 강력한 환각·중독 현상을 초래하는 위험 물질이다. 남미 콜롬비아의 국제적 마약 조직들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궁극의 마약으로 불린다.


압수된 코카인 2t은 한국 국민들이 모두 투약하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양이다. 이번 옥계항 사례 외에도 2021년 부산항에 반입된 페루발 해상화물에서 코카인 400㎏이 적발됐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울산 온산항에 입항한 캐나다발 선박 하부에서 코카인 28.4㎏이 나왔다. 같은 해 8월에는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발 해상화물에서 코카인 33.2㎏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도 부산신항에 접안한 몰타 국적 컨테이너선에서 2400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코카인 720㎏이 발견됐다.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코카인들이 바다를 통해 한국의 항구로 밀려들어 오고 있다.

코카인 한국 상륙…중간 기착지인가 최종 소비지인가 [뉴스인사이드 ①]

그렇다면 국제 마약 조직들은 한국을 코카인의 최종 소비지로 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가능성을 더 높이 치는 편이다. 그동안의 마약류 밀반입은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초 순으로 많았고 코카인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전직 검사는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는 코카인의 대량 소비지라기보다는 필로폰 등 다른 마약류의 소비가 많은 편"이라며 "코카인의 중간 기착지나 유통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마약 조직들이 미국과 유럽의 단속 강화로 기존 유통 경로가 차단되자 새로운 우회 경로로 한국과 동아시아를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간 기착지나 유통 거점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본격적인 소비 시장이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마약의 판매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해 마약 공급책 쪽에서 보면 수익성이 높다고 한다. 같은 마약이라도 주변국에 비해 2~3배 값을 받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추적을 피할 수 있는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통해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잦고,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면서 비대면 유통 구조가 형성돼 있다.


윤흥희 남서울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그동안에도 마약류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북한이나 동남아 지역에 비해 마약 가격이 높기 때문에 (밀매상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며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마약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체류 외국인 수가 늘어나고 미국 유학 등을 경험한 유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본격적인 코카인의 한국 상륙을 걱정하게 되는 이유다. 이들은 국제 마약 조직이 '포섭 대상'으로 삼기 쉽기 때문이다. 외국인 마약사범은 계속 급증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마약사범 수는 3232명으로, 2020년 1466명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코카인 한국 상륙…중간 기착지인가 최종 소비지인가 [뉴스인사이드 ①]

마약은 '지옥문'을 연다


중간 기착지이건, 유통 경로이건, 최종 소비지이건 마약류가 한반도를 침범하고 있다는 것은 더 뉴스가 아니다.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 실질적인 마약 소비국이 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마약류 압수량은 2024년 1173㎏에 달해 4년 전보다 4배가량으로 늘었다.


만약 그동안 압수된 코카인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유통됐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성범죄, 감금, 불법 촬영 등 마약과 엮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마약은 곧 다중 범죄의 시작'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에 마약 단속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단속과 처벌만이 아니라 유통 구조 차단과 사회 전반의 경각심 고취, 교육 강화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마약과의 전쟁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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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6월15일까지 두 달간 전국 항만과 유흥가, 의료기관을 포함한 고위험 시설에 대해 전방위 마약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는 'E-drug 시스템'을 통해 텔레그램, 다크웹 등 온라인 마약 유통망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를 강화했다.


'코카인 헬게이트'에 신음하는 세계
콜롬비아나 페루, 볼리비아 등 남미에서 재배되는 코카 잎에서 추출하는 코카인은 가장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해 ‘궁극의 마약’으로 불린다. 콜롬비아의 지명을 딴 ‘메데인’ 카르텔과 ‘칼리’ 카르텔이 미국 코카인 소비시장을 양분했을 정도로, 강력한 유통 조직이 존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됐을 정도다.

1990년대 중반 사살된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거대 마약 조직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1980년대 메데인을 위시한 남미의 마약 카르텔들이 미국으로 엄청난 양의 코카인을 뿌려대면서 코카인의 가격이 크게 낮아졌고, 마약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

코카인의 대량 공급은 마약중독자 양산을 낳았다. 1985년 2만6000명 선이었던 미국의 코카인 관련 응급환자 수는 1986년 5만5200명, 1987년에는 9만4000명까지 폭증했다. 미국인들이 ‘코카인 위기’라고 부르던 시기로 미국 당국이 마약과의 전쟁에 올인한 계기다.

1990년대 들어 에스코바르 사살 등을 계기로 남미의 거대 코카인 카르텔은 쪼개졌고, 미국내 대량 유통이 복잡해지자 풍선효과처럼 유럽까지 코카인이 번지게 됐다. ‘유통책’이었던 멕시코계 마약 카르텔들도 유럽 마피아들과 손잡고 생산에까지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카인이 세계 각지에서 막대한 희생과 피를 부르는 끔찍한 약물로 악명을 떨치게 된 계기다.

코카인은 중독성이나 환각효과가 강할 뿐 아니라 쉽게 고순도로 대량 정제해 대량 유통시킬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가장 완벽한 마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코카인은 뇌 도파민 활성을 크게 증가시켜 계속 복용하면 수면장애, 인성장애 등의 정신적 장애가 생기고 폭력, 반사회적인 행동의 증가 등을 유발한다. 세계 각국은 마약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의료 목적이 아닌 코카인 사용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코카인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코카인은 하수처리장 57곳 가운데 5곳에서 검출됐는데, 서울 뿐 아니라 세종에서도 나왔다. 인구 1000명당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은 2020년 0.37mg에서 2023년 1.43mg으로 크게 늘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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