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美 행정부들과 달라…예측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 무역과 지정학 측면에서 혼란이 심화하며 유럽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29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국인 유럽연합(EU)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CNBC '유럽 얼리 에디션'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이 EU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 말에 "우리가 미국 행정부에서 이전에 본 어떤 것과도 다르다"면서 "매우 격렬하고 파괴적인 시간이었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쏟아낸 정책으로 인해 유럽은 무역과 러·우 전쟁 두 가지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CNBC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EU의 대미 수출품에 20% 관세를 부과했다가 관세 전쟁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 이달 초부터 모든 나라 수입품에 기본관세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90일 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EU에 상호 관세 20%가 부과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협상 결과에 따른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한 셈이다. EU 집행위는 상호 관세로 2900억유로(약 470조원) 규모 EU산 수출품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EU는 자동차 상호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고 심화할수록 EU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 21~26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은 무역 갈등으로 유럽 경제 성장이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무역 갈등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로버트 홀츠먼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러한 불확실성은 수년 만에 처음"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여러 결정을 보류할 수밖에 없으며, 통화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일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현재 상황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와 비교하며 "단기적으로 볼 때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에 따른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매우 분명하다"고 전했다.
미국이 러·우 전쟁 종식 협상에서 유럽을 패싱하면서 미국과 서유럽 간 안보 동맹도 약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우 전쟁 종식을 자신하며 러시아와 별도 협상을 벌이는 한편 전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유럽은 배제한 채 종전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발끈한 EU는 비공식 안보 회의를 소집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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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보안관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며 EU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미국이 유럽 안보에 발을 빼는 행보를 보이자 EU는 지난달 8000억유로를 동원해 '재무장'을 마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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