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곳 의대 평균 복귀율 25.9%
정상 수업 가능한 수준 아니지만
정부 내세운 원칙 스스로 무너뜨려
'버티면 된다' 풍토 강화될까 우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핵심인 '의대 증원'이 의정갈등 1년2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1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안을 발표했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16일 총장들은 줌 회의를 열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는 안에 합의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했다.
3058명은 올 초 정부와 각 대학이 "3월 말까지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동결하겠다"며 내세운 숫자다. 교육부는 전원 복귀, 총장들은 절반 복귀를 '정상 수업이 가능한 수준의 복귀율'이라고 봤지만 40곳 의대의 실질적인 평균 복귀율은 25.9%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국장은 이날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16일 기준 40개 의대 평균 수업 참여율은 예과 22.2%, 본과 29%로, 평균 29.5%"라고 말했다. 본과 4학년은 35.7%로 전체 학년 중에서 수업 참여율이 가장 높았지만, 정부나 대학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수업 참여율이 50% 이상인 곳은 4곳에 그친다. 40곳 중 26개 학교는 수업 참여율이 30%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별로 수업 참여율 편차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남대는 지난 7일 시작된 실습수업에 본과 3학년 99명, 4학년 100명이 수강 신청했지만 실제 출석한 인원은 0명이었다. 제주대는 본과 3·4학년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강정원 36명 수업에 수강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충북대에서는 1~4학년이 듣는 의학과 전공과목 45개 중 수강정원을 모두 채운 과목은 단 2개에 그쳤다. 부산대는 등록금 내지 않은 학생이 4분의 3에 달했다. 25학번 신입생 163명을 제외하고는 전 학년이 미납했다. 강원대, 전북대, 충남대 등 나머지 5개 지방거점국립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정하려는 이유는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에게 '증원은 없다'는 신호를 먼저 주면서 이후 학생 복귀를 설득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마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함도 한몫했다.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의대 학장들과 면담해보면 의대생의 30%는 강경파이고, 30%는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한다"며 "나머지 40%는 둘 사이에서 눈치 보며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3058명 동결을 통해 학생들이 돌아올 명분과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 수업 참여율이 40%가량 되면 이후 참여율은 급격히 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수업 참여율은 지난달 31일 7.8%에서 18%포인트가량 증가해 4배 늘었다.
그럼에도 당초 3월 말까지 정상 수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귀하면 정원을 동결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던 정부가 그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3058명 동결'이 의대생들의 실질적 수업 복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도리어 '버티면 된다'는 풍토만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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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은 여전히 '유급 불사' 태세다. 의대 학장들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16일까지 본과 4학년의 유급이 확정된 곳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등 의대 14곳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집단 유급 도미노가 벌어진다. 이 경우 정부가 우려했던 '트리플링(24·25·26학번 동시 수업)'을 피할 수 없다. 교육계는 더블링(24·25학번 동시 수업)은 교육 과정을 재설계하거나 계절학기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트리플링은 학사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부총리도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학생들이 다 복귀한다면 트리플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돌아오면 교육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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