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MBK의 적대적 M&A 투자는 공개 반대
향후 다른 PEF와 계약 때도 반영 예정
다른 연기금도 평가 강화…업계 긴장감↑
국민연금공단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공개적으로 '거리두기'를 예고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어 홈플러스 전격 기업회생 신청으로 잡음이 불거지면서 PEF에 대한 의심과 비판의 눈초리가 예리해지는 모양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MBK파트너스에 투자할 때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향후 다른 사모펀드(PEF)와 운용계약을 체결할 때도 반영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MBK파트너스의 블라인드펀드에 투자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하면서 이같은 단서를 달았다고 밝혔다. 3000억원 내외 금액을 출자하면서도 적대적 M&A 투자에는 참여(캐피탈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킨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일괄 선정 절차를 통해 지원한 15개사 중 MBK파트너스를 포함한 상위 4개사를 최종 선정했다. 통상 최종 선정 이후 2~3개월 내 계약이 체결되지만,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주시했다. 적대적 M&A에 자금을 대는 것은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계약 체결이 7개월 늦어졌다.
국민연금 측은 "적대적 인수합병 투자에 관한 사례 검토 및 자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조율하면서 최종 계약이 지연됐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사모투자 업계를 비롯한 전반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향후 기금이 투자할 사모펀드 계약과 정관에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적인 거리두기에 나선 만큼 사모펀드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주요 출자자인 다른 연기금도 해당 사안을 주시하면서 출자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과 함께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공무원연금공단도 경영 안정성 등 정성적 부분을 운용사 선정 평가에 녹여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도 운용사들이 투자기업을 잡음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PEF가 별도의 기업경영 조직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도 평가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와 능력뿐만 아니라 투자회사 경영 능력까지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를 투자 실패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로 바라보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사모펀드 업계는 업계 출범 이후 쌓아 올린 평판이 한순간에 부정적으로 바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14일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정무위에 제출했고, 결국 이날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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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MBK가 펀드 내 다른 포트폴리오에서 크게 이익을 거뒀기 때문에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으로 털면서 손실 처리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지나치게 숫자로만 사안을 본 것 같다"며 "이 정도로 국민 여론이 나빠질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앞으로 업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질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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