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등 경제 정책에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며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외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서 현금, 채권, 금, 유럽 방위산업주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라잇 솔루션에 따르면 3월 상반기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퇴직연금제도인 401(k) 계좌에서 평상시의 4배가 넘는 수준으로 거래했다. 2월 거래량은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미국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채권, 금 등에서 안정성을 찾고 있다. 유럽 방산주 인기도 높다.
다만 올라잇에 따르면 지난달 401(k) 계좌에서 거래가 급증했지만 거래 규모는 전체 계좌 잔액의 0.43%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평균치인 0.12%와 비교된다.
그러나 WSJ는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며 증시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식 시장에 낙관적인 투자자의 비율은 2022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펀드 트레이드 그룹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5일까지 7일간 MMF에 304억달러를 추가했는데 이는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실물 금 상장지수펀드(ETF)는 2월 50억달러 이상의 순 유입을 기록했다.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P500지수는 6% 하락했지만 독일 DAX지수는 10% 상승, 스톡스유럽600지수는 4% 이상 올랐다. 홍콩항셍지수는 20% 이상 상승했다. 독일이 천문학적 규모의 특별 인프라·국방 예산을 편성하며 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유럽 재무장론이 힘을 받으며 유럽 방산업체 주가를 밀어 올렸다.
런던증권거래소 그룹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달 미국에 등록된 유럽 주식 ETF에 18억달러를 투자했다.
지타니아 칸다리 모건스탠리 인베스트 매니지먼트 솔루션·다중자산 그룹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확실히 미국 이외 지역을 주목해야 할 때"라며 해외 주식 노출을 늘리려는 고객과의 대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NYT는 최근 몇 주간 월가에서 미국 외 투자를 권고하는 투자은행 리포트, 고객 설명회, 거래 아이디어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중국 주식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랭클린 템플턴 연구소는 '시진핑 풋'의 출현을 전망했다. 중국 당국이 '5% 안팎'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 친화적 조치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견해에 기반한 예상이다.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중국 기술 주식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JP모건체이스와 템플턴은 향후 몇 달간 중국 증시 랠리가 기술 부문을 넘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 뜨는 뉴스
게리 듀건 글로벌 CIO 오피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투자 전환은 해외 포트폴리오 내 중국 자산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홍콩과 미국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여전히 중국 기술주에 상당한 상승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