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저압에서 에너지 손실 없이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는 고성능 촉매가 개발됐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은 친환경 에너지 및 화학물질 생산의 핵심적인 기술로, 이중 암모니아 형태의 수소 저장 연구는 세계적으로 널리 진행되는 중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친환경 수소 경제 시스템에 적합한 암모니아 생산·활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암모니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철(Fe) 기반의 촉매를 이용한 ‘하버-보슈 공정’ 기술이 100년 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500도 이상의 고온과 100기압 이상의 고압이 필요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문제를 떠안는다. 또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 암모니아는 대규모 공장에서 제조되는 탓에 유통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최근에는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로 생산된 그린 수소로 저온·저압(300도·10기압)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친환경 공정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선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도 높은 암모니아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촉매 개발이 필수적인 데 현재 기술로는 같은 조건에서 암모니아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인다.
이에 연구팀은 루테늄(Ru) 촉매와 강한 염기성을 갖는 산화바륨(BaO) 입자를 전도성이 뛰어난 탄소 표면에 도입해 마치 ‘화학 축전지(chemical capacitor)’처럼 작동하는 신개념 촉매를 개발했다. 축전지는 전기 에너지를 양극(+) 전하와 음극(-) 전하로 나눠 저장하는 장치를 말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암모니아 합성 반응 과정에서 수소 분자(H2)를 루테늄 촉매 위에서 수소 원자(H)로 분해하고, 이 수소 원자는 양성자(H+)와 전자(e-) 쌍으로 한 번 더 분해한다. 이때 산성을 띠는 양성자는 강한 염기성을 띠는 산화바륨에 저장되고, 남은 전자는 루테늄과 탄소에 분리 저장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 특이한 화학 축전 현상으로 전자가 풍부해진 루테늄 촉매는 암모니아 합성 반응의 핵심인 질소(N2) 분자의 분해 과정을 촉진해 촉매 활성을 비약적으로 증진시킨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연구에서 탄소의 나노구조를 조절, 루테늄의 전자 밀도를 극대화해 촉매 활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촉매는 300도, 10기압인 온건한 조건에서 기존 최고 수준의 촉매보다 7배 이상 높은 암모니아 합성 성능을 나타냈다.
최민기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기화학이 아닌 일반적인 열화학적 촉매 반응 과정에서 촉매 내부의 전자 이동을 조절하면, 촉매 활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음을 확인케 해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며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를 활용하면 저온·저압 조건에서도 효율적인 암모니아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으며, 이는 친환경 수소 경제 시스템에 적합한 보다 유연한 암모니아 생산·활용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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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가 교신저자, 백예준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해 진행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24일 촉매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를 통해 소개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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