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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소액주주의 눈물]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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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지난해 29개 상장사가 공시한 횡령 및 배임 액수다.

지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혐의로 처벌받은 1심 판결문을 전수조사했다.

5억원 이상의 횡령 범죄를 저지를 경우 업무상 횡령 혐의보다 더 강하게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혐의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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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법상 횡령 1심 전수조사
평균 횡령액 13억인데…형량은 2년11개월
35%가 집행유예로 풀려나
110억 횡령에도 집행유예…"반성한다"
"재산 범죄, 살인 범죄와 본질 다르지 않아"

편집자주4025억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지난해 29개 상장사가 공시한 횡령 및 배임 액수다.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에 소액주주는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돼 있다.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을 저질러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되더라도 소액주주는 사전에 이를 감시할 수 없고, 책임을 물릴 수도 없다. 피해를 떠안은 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상장기업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연일 외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배제된 소액주주의 눈물을 중점적으로 조명해본다.

한국에서 거액의 횡령 범죄는 제대로 단죄되고 있을까? 지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혐의로 처벌받은 1심 판결문을 전수조사했다. 5억원 이상의 횡령 범죄를 저지를 경우 업무상 횡령 혐의보다 더 강하게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혐의가 적용된다. 횡령 등 범죄로 인해 기업과 기업 임직원, 더 나아가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소액주주의 눈물]③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에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상장폐지 심사 기준 명확화, 횡령·배임에 따른 차등적 상장폐지 절차 도입, 기업 및 유관기관 투명성 강화, 주주 권리 보호 위한 사회적 공론화 등을 촉구했다. 2025.02.10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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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시아경제가 지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혐의로 처벌받은 78건의 1심 판결문(열람제한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의 총 횡령 액수는 약 1036억원, 건당 평균 13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처벌 받은 평균 형량은 2년11개월이다. 1개월마다 약 3800만원의 죗값을 치르는 셈이다. 징역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28건에 달했다.


횡령 범죄의 형량이 낮은 이유는 '특별양형인자' 때문이다.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재판부는 소극적 범행 가담, 실질적 1인 회사 또는 가족회사, 자수, 처벌불원(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것)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 등 9개의 이유로 감경한 형량 범위를 적용할 수 있다. 반대로 주주 등 대량 피해자, 범죄수익 은닉, 불량한 범행수법 등 5개의 이유로 가중해서 처벌할 수도 있다. 횡령 범죄의 경우 가중보다는 감경해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감경된 특별양형인자는 1심 판결 78건 가운데 23건에서 적용됐다. 반면 가중된 특별양형인자가 적용된 경우는 7건이었다. 가장 많은 감경 이유는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총 15건이었다. 이어 '실질적 1인 회사 또는 가족회사'가 5건, '자수 또는 내부비리 고발'이 2건. '오로지 회사 이익만을 위한 경우' 1건 등이었다. 횡령 등 범죄 피해가 사실상 회복됐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한 셈이다. 가중 처벌된 경우 7건 모두 사유가 불량한 범행 수법이었다. 여기서 불량한 범행 수법에는 사문서 및 공문서 위조, 오랫동안 지속된 범죄 등이 포함된다.

감경 23건 vs 가중 7건…전과 14범에 증인 회유해도 '감경'
[단독]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소액주주의 눈물]③

횡령범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피해와 엄벌 탄원서는 9개의 감경 요소에 묻혔다. 지난해 2월2일 대전지방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혐의를 받는 피고인 A씨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한 회사의 대표였던 A씨는 2019년 사업 자금 6억2000만원을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전과 14범인데다 범행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핵심 증인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 아울러 피해를 입은 회사의 주주는 A씨의 엄벌을 원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감경한 형량 범위를 적용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피해금 6억2000만원 가운데 6억원을 회사에 반환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복구를 위해 돈을 돌려준 시점은 지난해 1월, 범행이 일어나고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사이 주주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횡령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하더라도 초범이라는 점은 감경에 유리하게 적용됐다. 지난해 6월28일 회계팀에서 근무하던 B씨는 허위 또는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9억700만원을 횡령해 1심에서 처벌을 받게 됐다. B씨는 횡령한 사실을 숨기고자 인터넷뱅킹 이체 확인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원지법 거창지원은 별다른 불량한 범행 수법 등 가중 특별양형인자를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기도 했다"면서도 "범죄 전력이 없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점을 유리한 요소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감경 또는 가중 요소 적용 없이 기본 형량 범위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판결이 양형기준보다 약하게 나오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8월22일 한 병원의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근무하던 C씨는 7년간, 684회에 걸쳐 조합비 약 6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인천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 어떠한 감경 또는 가중 요소가 없다고 봐 기본 형량 범위인 2~5년을 적용했다. 하지만 C씨는 1심에서 기본 형량 범위에 못 미치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C씨가 횡령금의 상당 부분을 생계비에 썼고 범행기간 중에 수시로 노동조합 계좌에 횡령금을 반환한 점을 유리한 요소로 판단했다.

엄벌 탄원해도, 주주 목소리 배제…횡령금은 주식·코인·도박 등 사용
[단독]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소액주주의 눈물]③

주주들은 횡령 관련 재판에서 배제됐다. D씨는 지난해 1월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다. D씨는 코스닥 상장사 E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2008~2009년에 유상증자로 마련한 회사자금을 페이퍼컴퍼니, 자회사 등에 보내 인출하는 방식으로 약 75억8600만원을 횡령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5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F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F사의 유상증자 대금 60억원을 횡령해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D씨의 범행 이후 E사는 결국 상장폐지 됐고 피해 주주들은 D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1심에서 D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의 각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E사 자금 횡령 부분 중 일부는 E사의 자회사 손실을 메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사가 해산간주되던 당시 대표이사와 사외이사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고 D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할 무렵의 직원들을 포함한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주의 엄벌 탄원뿐만 아니라 영장실질심사 당시 도주한 사실, 2020년 9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 금융범죄 전과도 있었지만 D씨는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셈이다.


횡령범들은 횡령한 돈을 사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했다. 횡령금을 생활비나 채무 변제,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뿐만 아니라 도박, 게임 등에도 써버렸다. 스티로폼 제조업체에서 경리로 근무한 G씨는 거래처 명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약 9억1300만원을 횡령했다. G씨는 그 돈을 도박과 게임, 생활비 등에 썼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은 G씨에게 감경한 형량 범위를 적용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현실화된 피해 규모가 횡령금보다는 작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데다 G씨의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G씨는 2018~2022년 729회에 걸쳐 횡령 범죄를 저질렀다.


[단독]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소액주주의 눈물]③

시장질서를 해치는 횡령 및 배임 범죄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2013년 게재된 천진호 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 '기업범죄에 대한 양형 실태와 개선방안'은 "적정하고 합리적인 양형은 형사재판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며 "개인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회사 이익을 위해 범행을 했다는 동기 참작과 상당 부분 피해 회복된 경우는 감경 요소로서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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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수, 처벌불원, 실질적 피해 회복 등은 감경해야 할 사유가 맞다"면서도 "악질적인 재산 범죄인데도 가중 처벌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산 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을 한다면 살인 범죄와 본질상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며 "횡령 범죄에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눈물' 글 싣는 순서
"한국 자본시장이 내 동생을 죽였다"
①임원 횡령으로 거래정지...자본시장에 무너진 한 가정 이야기

3년간 1조원 넘는 상장사 횡령 범죄 발생…작년만 4025억원
②거래정지·상장폐지 이어지는데...횡령·배임 처벌 '솜방망이'

▶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
③특경법상 횡령 1심 판결 전수조사…고액 횡령 범죄 단죄 어려워

소액주주 배제된 주주총회…'일방통행'에 시름
④주식회사의 '꽃' 주주총회 현장서 외면받은 주주들 목소리

횡령죄 처벌 강화 제자리걸음..."정보 비대칭 문제라도 해결 시급"
⑤소액주주·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액주주 보호받는 법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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