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본회의 통과
중심상업지역 용적률 400→540%
광주시, 주거환경 악화 등 역행 정책
의회, 직주 근접 등 노후 도심 활성화
강 시장, 7년 만에 재의 요구안 행사
"공개 토론 등 합리적 의사 도출해야"
광주시 충장로와 상무지구 등 중심상업지역에 용적률을 상향시키는 조례 개정안을 두고 광주시와 시의회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거 환경을 약화하고 미분양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광주시와 노후 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의회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강기정 광주시장이 7년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례안이 도심 낙후 현상과 직결된 만큼 공개토론과 전문가·주민 의견 수렴 등 합리적 절차를 통한 의견 합치가 요구되고 있지만,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의원 간 정치적 셈법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용적률 상향 조례 개정안 핵심 내용은
21일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광주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광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조례 개정안은 상업지역 내 주거용도(주거복합건물 주거용·준주택 생활 숙박시설) 용적률을 현행 400% 이하에서 중심상업지역의 경우 540% 이하로 140% 상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이 높아지면 제한된 토지에 더 높고 밀집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기존 용적률 적용 시 100세대를 건설할 수 있던 토지에 130세대가량 지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상업지역은 크게 중심·일반·근린·유통 상업지역으로 나뉘는데, 중심상업지역은 도심·부도심 기능과 업무 기능을 수행하며 광주에서는 충장·금남로, 상무지구, 첨단지구 일부가 해당한다. 광주의 중심상업지역 용적률은 600% 이하 기준이 적용되다가 2019년 400% 이하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광주시의회는 쇠퇴하는 중심상업지역이 활력을 얻기 위해선 거주 인구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 조례안이 일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낮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밤에는 텅 비는 ‘유령 도시’ 현상을 방치하면 상권과 업무지구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의회는 도심 활성화의 핵심은 ‘거주 인구 확보’로 보고 있다. 상업·업무기능만 존재해서는 낮 시간대 일시적으로 유동 인구가 늘어나 도심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또 광주 주택공급률이 105%라고는 하나 무주택 가구 비율이 42%에 달하고 직주 근접(직장과 주거지 근접)을 선호하는 1∼2인 가구 비율 증가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주거정책 역행" vs "노후 도심 활성화"
해당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된 이후 광주시는 주거환경 악화와 미분양 증가, 특혜성 시비, 공공성 부족 등을 지적하며 시의회와 대립하고 있다.
시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고 "시의회가 주택건설협회 등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중심상업지역의 주거 용적률을 400% 이하에서 540% 이하로 확대했다"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적 제도를 도입하는 게 맞는 것인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시는 "다수의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용적률 확대가 주거환경 악화, 아파트 미분양 사태 가중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그동안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고 조례의 부당함을 제기했다. 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의결 과정에서도 강하게 부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례안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의회는 이런 주장에 대해 "시가 의회의 결정 사항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관련법에 따라 재의 절차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며 "의회를 매도하고 시장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고 반박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심철의 의원도 "타지역 용적률을 살펴보면 부산 594%, 대전 740%, 인천 665% 이하로 광주보다 훨씬 높은 추세지만, 상권이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며 "우리도 도심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개정안을 제안한 것이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집행부는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점과 미분양 증가를 지적하지만, 외곽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달리 도심의 주거 복합시설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은 별도의 시장 논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반적 미분양 추세와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시는 공식적으로 조율이나 숙의 요구를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부동의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 광주시 7년 만에 거부권 행사…공개토론서 갈등 심화 예상
광주시는 지난 20일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열고 시의회에 '광주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에 대해 내달 4일 내로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가 시의회 의결 조례안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난 2018년 3월 이후 7년 만이다.
지방자치법은 시의회가 조례 의결 후 5일 이내에 지자체장에게 이송하면, 지자체장은 20일 이내에 조례를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광주시가 재의를 요구하면 시의회는 수용 여부를 결정한 뒤ㅡ 10일 이내에 본회의에 안건을 재상정해야 한다.
광주시가 재의 요구를 결정하면서 시의회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광주시의 공개 토론 제안을 적극 수용하며, 강 시장의 토론 참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시와 시의회는 이달 중 TV 토론회를 할 것으로 보이며, 토론 참여자는 상호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강(강기정)계와 반강계의 셈법이 정치적 파열음만 남긴 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시장에게 이번 조례 개정은 본인의 시정에 대한 의원들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시의원들 입장에서도 이번 조례안이 지역구 발전과 연결돼 있고, 강 시장과는 정치적으로 다른 노선임을 표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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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을 통해 집행부와 의회가 전면 대립하면서 친강계와 반강계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며 "그러나 이번 조례안은 앞으로의 도심 문제에도 직결되는 만큼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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