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드라이어 공기 샘플 채취 실험
하룻밤 배양 후 곰팡이·박테리아 득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뒤 절대 핸드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말고 종이 타월을 쓰라고 경고했다. 공중화장실 핸드 드라이어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데본 사이언스(Devon Scienc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과학자의 틱톡 영상을 소개했다. 데본 사이언스는 페트리 접시를 이용해 공중화장실 핸드 드라이어에서 나오는 공기와 일반 공기의 박테리아를 비교했다. 그는 샘플을 채취한 다음 하룻밤 동안 이를 배양했다. 다음날 접시를 확인한 결과, 핸드 드라이어 공기 샘플이 담긴 페트리 접시에는 흰색, 노란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깔의 얼룩이 나타났다. 이는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와 곰팡이였다. 이와 달리 일반 공기 샘플을 담은 접시는 티 없이 깨끗했다.
데본 사이언스는 이어진 다른 실험에서는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종이 타월에 손을 닦은 다음 이를 페트리 접시에 찍었다. 화장지에서도 몇 가지 박테리아가 나오긴 했지만, 핸드 드라이어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었다. 또 공중화장실 내의 공기가 순환하면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핸드 드라이어 내외부에 달라붙고, 핸드 드라이어를 사용하면 안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본 사이언스가 핸드 드라이어 내부를 면봉으로 닦아 페트리 접시에 옮긴 결과, 드라이어에서 나오는 공기의 박테리아와 유사한 종류의 균으로 가득 찼다. 건조기 안쪽 송풍구는 너무 더러워서 면봉이 검은색으로 변할 정도였다. 데본 사이언스는 "박테리아가 핸드 드라이어 내부에 존재한다"며 "그래서 나는 핸드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 타월을 쓰거나 손을 털어서 말린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 영상은 17일 현재 틱톡에서 조회 수 47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데본 사이언스는 이번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박테리아가 검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연구를 보면 공중화장실의 핸드 드라이어에서 대장균, 간염바이러스, 대변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가 검출된 적이 있었다.
2018년 코네티컷대와 퀴니피액대의 연구자들은 공중화장실의 핸드 드라이어가 공기 중의 박테리아를 빨아들여 갓 씻은 손에 뿌리는지 여부를 실험했다. 연구진은 페트리 접시를 핸드 드라이어의 공기에 30초 동안 노출했다. 이들은 페트리 접시에서 최대 254개의 박테리아 군집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그 다음에는 공기 중의 박테리아가 핸드 드라이어를 통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효율 미립자 공기(헤파·HEPA) 필터를 부착했다. 그 결과, 접시 속 박테리아의 양이 75%나 줄어들었다. 이는 핸드 드라이어에서 분사되는 박테리아의 대부분이 공중화장실의 공기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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