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터뷰]로치 회장 “유럽정치, 구멍 뚫린 ‘도넛’꼴...EU 경제 타격”

시계아이콘02분 37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회장
월가서 아시아 외환위기 첫 경고한 인물, 韓언론과 최초 인터뷰

극으로 치닫는 유럽 정치, 최대 리스크로 '포퓰리즘' 꼽아
"프랑스 총선서 극우 승리, 정치적 마비 우려"
"EU 개혁 쉽지 않아 결국 경제 해칠 것...유로화 패리티 전망"

"정치 포퓰리즘으로 결국 유럽연합(EU) 자산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유로화는 강달러에 약세를 보이면서 ‘패리티(1유로=1달러)’ 이하에서 1~2년 머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회장이 정치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진 최근 유럽의 상황을 ‘구멍 뚫린 도넛’에 비유하며 경제 전반에 여파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로치 회장은 지난 25일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유럽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 포퓰리즘과 EU 차원의 마비"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건스탠리 출신의 저명 투자전략가인 그는 월가에서 가장 먼저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위기를 경고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전개 상황을 예측했던 인물이다. 로치 회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인터뷰]로치 회장 “유럽정치, 구멍 뚫린 ‘도넛’꼴...EU 경제 타격”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회장 [이미지 제공=데이비드 로치]
AD

먼저 로치 회장은 극우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이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 대해 "의회에서 (극우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프랑스, 독일 등 국가 차원의 결과가 나빴다"며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프랑스 조기총선의 블랙홀, 독일의 정치적 마비로 인해 EU 집행부의 안정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유럽의 정치지형을 "‘수플레(부풀어 오른 모양의 프랑스 빵)’가 아닌 ‘도넛’"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대중들은 민주주의의 가장자리로 이동했고 중도층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는 현상은 새롭지 않다"면서 "특히 (유럽의회 선거 직후 조기총선을 발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빵) 가운데 ‘거대한 블랙홀’을 뚫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유럽 전체에 중요한 함의가 있다"면서 " 이 구멍은 극단주의자들이 메우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다가오는 프랑스 총선은 최근 부각된 유럽 내 정치리스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시로 손꼽힌다. 로치 회장은 오는 30일과 7월7일에 걸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국민연합·RN)이 승리할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총리 간 건설적 동거는 어렵다. 프랑스에서 정치적 마비 상황이 확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극단주의 단체들은 좌우 어느 쪽이든 미친 듯이 돈을 쓰겠다고 경쟁하고, EU 차원의 안정 및 성장협약, 재정건전성 관련 절차들을 무시할 것"이라며 "프랑스가 EU 부채 규정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공공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돈을 퍼붓는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EU 차원의 정책 진전도 한층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시장에도 확산할 전망이다. 로치 회장은 이로 인해 프랑스 국채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간 금리 스프레드(10년물)가 최근 70bp(1bp=0.01%포인트) 수준에서 두 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프랑스의 재정 및 경제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부채 이자 등 재정부담도 더 커짐을 시사한다. 또한 그는 이 과정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특정 국가의 국채 금리 급상승을 막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전달보호기구(TPI)로 개입할 경우 "유로화가 ECB의 신뢰 상실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다른 EU 회원국 자산도 여파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조기총선 발표 직후부터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다.

[인터뷰]로치 회장 “유럽정치, 구멍 뚫린 ‘도넛’꼴...EU 경제 타격”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총선을 주시하고 있는 또 다른 EU 주요국 독일의 상황도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로치 회장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 집권당이 극우정당(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밀린 점을 언급하면서 "조만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의 상황은 다르지만 이를 초래하는 정치적 문제는 동일하다"면서 "중도층은 극단으로 이동하고 있고, 기성정당들은 포퓰리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EU 쇠퇴를 막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EU 확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보완을 비롯한 유럽방위 능력 강화 등 7가지 개혁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로치 회장은 이러한 유럽의 정치적 상황이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경제성장이라는 공동의 희생자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정치발 혼란 속에서 독일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미국 국채 금리에 수렴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결국 EU 자산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로치 회장은 "유럽의 정치적 혼란이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를 막기 위해 ECB가 TPI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쓰면서 유로화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 달러화는 강세를 지속할 것이고, 유로화는 패리티 아래로 평가 절하돼 1~2년간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는 최근 ECB의 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진 가운데 유럽발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1.06달러 선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로치 회장은 연내 ECB가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증시 전망도 부정적이다. 로치 회장은 "최근 유럽증시의 성과가 좋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미국 증시에 비해 부진할 것"이라며 "미국 증시의 거품이 깨질 때 우리는 회복될 것을 알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인터뷰일 기준 연초 대비 5%가량 오른 상태다. 현재 로치 회장 측은 유럽주식 비중도 축소하고 있다.


AD

이밖에 로치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경계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리스크는 러시아가 북부 하르키우와 수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을 돌파하며 현재의 소모전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패배 가능성이 커지고 유럽에선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중국이 대만에서 (무력전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리스크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5.1414:34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시화공단 현장 르포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대형 설비 앞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작업 중인 신송남씨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집어삼킬 만큼 커다란 굉음을 내뿜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는 이 설비 앞에서 방심은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정일산업 공장에서 처음 마주한

  • 25.05.1410:34
    70세 이상 상용직 10년새 4배 증가
    70세 이상 상용직 10년새 4배 증가

    법정 정년 이후 고용문제는 단순히 60세 이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직업을 가진 70세 이상 고령 근로자도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생계형 임시·일용직 중심이던 고령자 일자리는 점차 상용직과 전문직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노인 일자리 확대를 넘어 고령 인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이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는

  • 25.05.1409:46
    66세 K방산 베테랑 "정년 연장에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66세 K방산 베테랑 "정년 연장에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지난 12일 경북 구미시 LIG넥스원 구미 하우스에서 만난 조강현 수석매니저는 흡사 군(軍) 지휘관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L3동 2층 TMMR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200여명의 직원 한 명 한 명을 그는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핵심만 짚은 조언이 이어졌다. 그는 "통신 장비개발에만 있다 보니 라인별 생산공정에서 잘못된 점이 한눈에 보인다"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매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군 지휘관처럼 생산 현

  • 25.05.1409:44
    60세 넘어도 월급 안 깎고 정규직…"4050 채용 어려우니 71세 큰형님도 소중"
    60세 넘어도 월급 안 깎고 정규직…"4050 채용 어려우니 71세 큰형님도 소중"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대형 설비 앞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작업 중인 신송남씨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집어삼킬 만큼 커다란 굉음을 내뿜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는 이 설비 앞에서 방심은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정일산업 공장에서 처음 마주한 장면은 소음 탓에 귀

  • 25.05.1211:02
    "정부는 큰 틀만 설계‥시행은 자율에 맡겨야"
    "정부는 큰 틀만 설계‥시행은 자율에 맡겨야"

    기업들은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제도 자체보다 이를 누가, 어떻게 시행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의 기업은 정부가 제도의 큰 틀만 설계하고, 실제 시행 여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획일적 적용보다는 각 조직의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도입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9.4%는 정년연장 제도를 정부가 설계하더라도 시행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 25.05.1808:30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500만 달러(약 71억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즉시 발급해주는 '골드카드' 제도의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16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은 "미국의 새로운 영주권 카드인 골드카드가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후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잠재 고객이 3700만명에 달하며, 10만개만 팔려도 미

  • 25.05.1708:30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전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회원비 50만달러(약 7억원)의 고액 사교클럽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클럽의 이름이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행정부)'로, 아버지의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중동, 유럽, 아시아 각국을 돌며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행정부

  • 25.05.1706:00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미국 서부 최대 경제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위 '캘렉시트(Calexit)'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과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주 내에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말까지 54만 명의 청원 서명을 모으면 분리 독립

  • 25.05.1515:48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5월 14일 오후 4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을 위해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스스로 결단해줘야 한다"며 "한동훈 전 대표도 당장 선대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 위원장은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대선 전체 판도를 어떻게 보나.투표가 임박

  • 25.05.1415:51
    윤희웅 "이재명, TK에서 역대 최고 득표 가능성"[AK라디오]
    윤희웅 "이재명, TK에서 역대 최고 득표 가능성"[AK라디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20일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등 주요 후보들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훑는 것으로 선거 운동을 본격화했다. 대선전 초반 여론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에게 물었다. 윤 대표와의 인터뷰는 5월 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초동에 있는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