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언제, 어디든 핵 사용 준비돼야 사용 않게 될 것"
北, 핵 방아쇠 운용 훈련 통해 南에 대한 위협 극대화
'핵 방아쇠(Haek bangashoe)'는 북한의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를 말한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서 사용하는 표현인 '핵 단추(nuclear button)'라는 표현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에 설치한 '핵 단추'와 동부·서부·중부 전선에 배치된 전술핵운용부대 등을 연결하는 합동지휘통제체계(C4I)를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 방아쇠'라고 명명했다.
북한이 핵 위기 경보 발령과 핵무기 운용 절차 등을 훈련하며 남측에 대한 핵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핵 방아쇠 체계 안에서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를 운용하는 훈련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훈련은 핵 위기 사태 경보인 '화산경보' 체계 발령과 핵 반격 지휘체계(C4I) 가동, 모의 핵탄두 탑재 초대형 방사포 사격 등 절차로 진행됐다. 이번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동원된 작년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북한은 '핵무력정책법'을 만들고 스스로를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핵무기 관련 국제법인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NPT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한 '셀프 핵보유국'일 뿐이다.
미국의 경우 핵 단추(버튼)를 누른다는 것은 대통령이 핵 가방에 있는 암호 코드로 미군에 핵 발사 명령을 내린다는 의미다. 미군의 모든 핵무기에 있는 PAL에 정확한 코드를 입력해야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 이는 핵무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위해 1960년대 초 케네디 대통령이 만들었다. 핵 가방에는 핵 단추가 아닌, 암호 코드가 있다는 말이다.
핵 보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핵지휘통제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45년에 핵무기를 사용했지만, 지휘통제체계를 갖추기까지는 15년이 더 걸렸다. 통상 핵무기 보유 이후 핵지휘통제체계를 갖추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북한이 핵 방아쇠를 영어식으로 'nuclear trigger'라고 하지 않고, 우리 말인 핵 방아쇠라는 표현을 고집한 것은 실체가 있는 북한의 핵무기종합관리체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고,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 방아쇠를 운용하며 미국에 대항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의도가 '핵 방아쇠'라는 용어에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핵 방아쇠 구축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 무력이 공세적인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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