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부산 오피스텔에서 추락사
전 남자친구가 최초 목격자·신고자
결별 전 집착·폭행 심해…스토킹도
지난 1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고인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과 스토킹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면서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대 여성 추락사 13시간 초인종 사건의 유가족'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탄원서가 올라왔다. 부산지검은 지난 8일 20대 남성 A씨를 특수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 손괴, 퇴거 불응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8~10월 당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 B씨를 여러 차례 협박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9일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7시간 동안 B씨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한 달 뒤인 지난 1월7일 오전 2시30분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A씨였다. 그는 수사기관에 "B씨가 자신과 다툰 후 9층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유족은 이러한 A씨의 진술을 믿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A씨가 집에 찾아와 13시간 동안 초인종을 눌렀다", "A씨가 B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다, "B씨에게 한여름에도 긴소매·긴바지를 입게 하고, 마트 영수증 검사를 받게 하는 등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탄원서에서 "가해자는 첫 진술 당시 피해자와 말다툼하고 밖으로 나온 후 피해자가 추락하는 걸 보고 신고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며 "이후 경찰이 피해자가 추락 당시 가해자와 함께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추궁하니 그제야 추락 당시 같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추락한 후 가해자는 피해자가 들어오기 전 혼자 먹었던 맥주캔과 슬리퍼를 챙겨 나오는 모습이 발견됐다"면서 "피해자가 추락한 직후가 아닌 10여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라고도 주장했다.
유족은 자신들은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눈물과 한숨으로 보내고 있는데 A씨가 수사 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있으며, 배우인 A씨 누나는 드라마를 촬영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대해서도 분통함을 토로했다.
유족은 "차고 넘치는 증거가 있는데도 가해자 측은 현재까지도 반성의 기미나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가해자는 수사 중에도 멀쩡히 SNS를 하고, 기사로 접하고 있는 가해자의 누나는 평범한 일상을 살며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스토킹은 중대한 범죄이며 재발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처벌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누리꾼들의 관심과 글 공유를 부탁했다. 유족은 온라인으로 시민들의 탄원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A씨의 첫 공판은 5월 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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