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은 '로또 1등'
"토요일 바라보며 일주일 버틴다"
경제 어려울수록 복권매출 급증
올 판매 전망치 7조2900억…역대 최대
"설 명절 친척들 선물로 무거운 참치·햄 세트 말고 로또를 줄 예정입니다. 10만원어치 구매했습니다."
새해 희망, 소망을 물으면 '복권 1등'을 꼽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복권 판매 대목은 연말·연초다. 매주 1등 당첨자만 10명 이상이 나오는데, 새해 주인공은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설 연휴를 앞두고 기자가 찾은 영등포구 '로또 명소' 앞은 복권을 사기 위해 늘어선 대기 줄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매장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전국 로또 명소 10위 안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영등포구 로또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박상일씨(49)는 "설 연휴가 다가오면 새해 운을 기대하며 복권을 사는 손님들이 더 많아진다"며 "친인척들에게 명절 선물로 복권을 선물하려고 여러 장 사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유리창에는 1등 18회, 2등 57회 당첨 인증 스티커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판매된 로또 당첨금은 누적 380여억원. 6개월 전에도 18번째 1등 당첨자(1079회)가 나왔다고 한다.
매장 안 직원들은 밀려드는 손님들을 소화하기 위해 2인 1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신용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결제할 수 있는 데다 대부분 거스름돈 없이 만원, 5만원 단위로 구매를 하기 때문에 결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벽면 테이블에는 번호를 색칠할 수 있는 사인펜과 종이가 있었지만 '수동보다는 자동이 더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탓에 많은 사람이 순번이 되면 기계적으로 "자동이요"를 외치고 돈을 지불했다.
직원 박씨는 "로또뿐 아니라 연금복권, 긁는 형식의 스피또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지만 로또를 제일 많이 사간다"며 "긁는 복권은 바로 결과가 나와 재미있어서 그런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 간다"고 했다. 인근 다른 복권 판매점을 운영하는 70대 박모씨도 "새해가 되면 손님이 더 많다"며 "어린 친구들도 많이 사고, 나이 든 사람도 산다. 복권엔 나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이 훨씬 당첨이 많이 된다"며 "수동은 좋은 꿈을 꾸지 않고서야 맞히기 힘들다. 우리도 1등 된 사람들은 다 자동이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선 1등 3번, 2등 12번의 당첨자가 나왔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로또 명당' 지도를 보고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 오는 사람들도 많다. 전국 로또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으로는 ▲서울 노원구 '스파편의점' ▲서울 영등포구 '로또킹' ▲경기 용인시 '로또휴게실' ▲부산 동구 '부일카서비스' ▲대구 달서구 '일등복권편의점' ▲경남 사천시 '목화휴게소' 등이 있다.
815만분의 1. 길 가다가 벼락에 맞아 사망할 확률보다 1등 당첨 확률이 낮지만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토요일 오후 8시35분 추첨 시간을 기다리며 한 주를 보낸다. 매주 로또 1만원어치를 사서 월요일 회의가 끝나면 번호를 맞춰본다는 직장인 김동혁씨(50)는 "꼭 당첨을 원해서 산다기보다 회사에서 힘들 때 복권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을 때가 많다"며 "당첨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복권을 사는 것은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해 어딘가에 기대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권 판매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추산한 올해 복권 판매 전망치는 역대 최대 규모인 7조2918억원이다. 지난해 전망치(6조7429억원) 대비 5489억원(8.1%) 증가한 금액이다. 2002년 9796억원이었던 복권 매출액은 2003년 4조2342억원, 2004년 3조459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5조4152억원)에는 5조원을 넘겼다. 복권위에 따르면 저소득층일수록 복권에 지출하는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지난해 복권에 지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27.4% 증가했지만, 소득 상위 20%의 지출액은 7.0% 증가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