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헤아리기 언어의 기본은 간단하다. '자신과 상대의 마음에 대해 궁금함을 담아 질문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왜 화가 났어?" "뭐가 불안해?"라고 묻는 것이 자기에 대한 마음 헤아리기다. 상대방에게 "왜 울어?" 또는 "왜 웃어?"라고 묻는 것도 마음 헤아리기다.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다. 말에 궁금함이 담겨 있고 부드러워야 한다. "왜?"는 뉘앙스에 따라 궁금함으로도 전달되지만 판단하고 공격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똑같은 말이어도 표현이 부드럽지 못하면 "왜 웃어?"가 '왜 기분 나쁘게 웃어!'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말투는 오래된 습관이라 뿌리가 깊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런 습관의 변화는 행동 차원이 아니라 더 상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가치관이나 정체성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운동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건강하게 살기'로 잡아야 한다. 말투를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저 말을 예쁘고 부드럽게 하겠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작동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마음읽기가 줄어들고 마음 헤아리기가 늘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관계는 언어로 이루어진다. 관계의 언어는 크게 '판단의 언어'와 '헤아림의 언어'로 나뉜다. 전자의 기반은 마음읽기, 후자의 기반은 마음 헤아리기다. 마음읽기는 판단적이고 자기보호가 우선인 반면 마음 헤아리기는 비판단적이고 상호교류가 중요하다. 판단의 언어는 딱딱하고 차갑고 닫혀 있다. 그에 비해 헤아림의 언어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열려 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이렇게 느껴야 한다. 마음 헤아리기가 발달하면 말투도 달라진다. 헤아림의 말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수많은 헤아림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된 결과이거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노력의 산물이다. 관계는 언어로 맺어지고 깊어지지만 동시에 언어로 멀어지고 끊어진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쓰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서 마음 헤아리기를 연습해야 한다.
-문요한, <관계의 언어>, 더퀘스트,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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