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하고 깊이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관계를 서둘러 정리하기에 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끝까지 따지기보다 무엇 때문에 힘들고 상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좋은 관계였는데 다툼 한 번으로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관계를 다시 되살리기도 어렵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말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7 대 3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가 긍정적인 감정어보다 많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비판은 두고두고 생각나는데 어떤 이의 칭찬은 쉽게 잊히고, 나를 째려보는 얼굴은 잘 찾아내지만 나에게 미소 짓는 얼굴은 흘려보내기 쉽다. 액수가 똑같아도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선지 '트라우마'라는 말은 있어도 그와 반대되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는 개념은 이제 상식이지만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은 어쩐지 아직 낯설다. 이렇게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우리에게 더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편적 현상이다.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조상은 사냥을 했지만 사냥감이 되기도 쉬웠다. 전체 먹이사슬에서 잘해야 중간쯤 갔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자극이나 상황을 좋은 쪽보다는 안 좋은 쪽으로 판단하려는 '부정적 편향'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인간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전략이 될 수 있었다.
-문요한, <관계의 언어>, 더퀘스트,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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