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소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당국선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그간 금융시장 잠재 위험요인으로 지적돼 온 여러 이슈의 현황과 리스크 수준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금융위,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리스크 상황, 증권사 외화유동성 상황, 퇴직연금 관련 자금이동 상황, 여신전문금융사 자금조달 상황, 부동산PF 리스크 상황 등이 다뤄졌다.
먼저 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6월 말(2.17%)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권별 특이사항으로 증권(3.43%포인트 감소)의 연체율 감소는 우발채무인 증권사 보증 PF-ABCP를 PF 사업 기간과 만기가 일치되는 대출로 전환하고 PF 부실 채권을 대손상각 하는 등 리스크 관리 노력에 따른 결과로 평가됐다.
상호금융의 경우 3.05%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일부 대규모 사업장 연체가 반영된 결과로 상호금융업권의 자본과 충당금 적립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업권의 건전성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부위원장은 ”높은 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PF 사업 여건 개선이 더딘 것은 사실이나, 금융기관의 PF 익스포져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PF 대주단 협약 등 사업성 개선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 유관기관, 민간사업자, 대주단 등 PF 사업에 연관된 모든 주체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정부는 정상 사업장에 대한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업자보증 등 금융공급,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유도 등 PF 사업장의 점진적인 연착륙 조치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PF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밀착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금융업권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에도 완벽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 위축 장기화 시 금융회사의 손실 가능성도 점검했다.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총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는 55조8000억원으로 금융회사 총자산의 0.8% 수준이다.
당국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은 향후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 등 부정적 충격으로 손실이 확대되더라도 금융권이 지금의 손실 흡수 능력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는 등 엄격한 스트레스 조건을 부가한 경우에도 내년 금융권의 최대 손실액은 금융권 자기자본 대비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위원장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손실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가 큰 회사의 경우 개별 회사 차원에서는 건전성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금감원이 앞으로도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김 부위원장은 ”일부 투자 건의 손실 사례가 시장 전반의 부실로 확대 해석돼 불필요한 불안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보다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증권사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에선 해외 주가지수가 동시에 급락 하락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도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유동성을 통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2021년부터 증권사별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관련 외화 조달 비상계획 수립이 의무화돼 외화 조달 안전망이 더 강화된 측면이 있는 만큼, 해외 주가 하락으로 인한 마진콜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퇴직연금의 경우 이달 확정된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 금리는 4.13%로 전월(4.32%) 대비 소폭 하락하는 등 안정적인 수준이며, 자금확보를 위한 고금리 경쟁이 나타나지는 않는 상황으로 진단했다.
또 현재의 금리 상황과 퇴직연금 신규 납입 예상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자금 쏠림에 따라 금융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거나 개별회사의 자금 유출에 따른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여전사의 자금조달과 관련해선 지난달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준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 연초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채권 투자 수요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여전채 발행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각 여전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만기도래 영업자산 규모, 회사별 자금조달 계획, 다소 개선된 채권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여전사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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