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철근(보강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15개 단지 중 2개 단지의 감리를 맡은 K건축사사무소. 이 업체는 지난해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의 감리를 맡았던 곳이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 아파트의 감리에도 참여했다.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이고, LH 전관 3명이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또 M건축사사무소는 철근 누락 아파트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았다. 이 회사에는 20여명의 LH 출신들이 현장 기술직으로 근무했는데, 최근 5년간 부실 감리로 36건의 지적(벌점)을 받았다.
![[감리, 그들만의 카르텔]①감리업체 장악한 ‘엘피아’…대형 사고 내고도 사업 참여](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80215354327951_1690958144.jpg)
4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제공한 자료 등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업체 중 LH와 계약한 업체는 9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LH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3건, 금액은 2319억원 규모로 조사됐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또 다른 LH 아파트의 감리를 맡은 D사도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행정안전부, 서울시, 대구도시공사 등 다양한 곳의 전관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건설업계(감리·시공)에서 LH 출신끼리 유착하는 ‘엘피아(LH+마피아)’가 감리 업계에 만연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LH가 최근 7년간(2016~2022년 6월 말 기준)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가 발주하는 현장에선 감리가 ‘있으나 마나’라는 말이 나온다. 감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발주처와 시공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엘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감리 구조로는 제대로 된 감리가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진 LH의 전횡과 엘피아 문제가 감리 업계를 망가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LH 출신이 설계나 감리회사로 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퇴직을 앞두고 용역 심사 전후로 편의를 봐준다는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LH 전관을 영입한 감리회사는 예산이 줄어들게 돼 현장에선 주로 은퇴한 고령자가 감리를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감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LH 전관들에게는 막대한 연봉과 영업비용이 지원된다"며 "이로 인해 회사는 감리 예산을 줄이게 되고, 설계 및 시공 전 과정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감리자들을 채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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