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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이수만 그리고 마삼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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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이수만 그리고 마삼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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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근처에 민들레 씨앗처럼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떠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동해안 바닷가 마을에 살다가 1980년대 중반에 서울로 이사 온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당시 서울의 냄새를 그렇게 기억한다. 그때는 민주화 투쟁의 시대였기도 하고 라디오의 시대이기도 했다. TV가 충분히 보급됐음에도 라디오는 강력한 대중매체로 인기를 누렸고 디제이들은 요즘으로 치면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나 다름없었다. 마삼트리오의 전성시대가 바로 그때다.


나이순으로 이수만, 이문세, 유열. 두상이 말과 닮았다는 이유로 셋을 묶어 마삼트리오라고 불렀다. 친구처럼 모여 환하게 웃는 사진들이 많은데 사실 나이 차이는 제법 나서, 이수만은 유열보다 아홉 살이나 더 많다. 셋의 진짜 공통점은 생김새가 아닌 경력이었다. 이들은 모두 가수였고 동시에 걸출한 디제이였다. 이문세는 ‘별이 빛나는 밤에’, 유열은 ‘음악앨범(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수만은 ‘팝스투나잇’. 프로그램 이름이 ‘음악캠프’로 바뀌긴 했지만, 이수만의 뒤를 이은 디제이 배철수가 무려 30년이 넘게 저녁 시간 팝 프로그램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가수와 디제이에 이어 이수만이 도전한 영역은 사업이다. 그는 자기 이름을 딴 기획사 SM 기획(현 SM 엔터테인먼트, 이하 SM)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아이돌 문화를 싹틔운 문익점이었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해외 시장을 개척한 콜럼버스이기도 했다. SM을 만든 지 수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공을 뛰어넘는 인물 방시혁이 등장했고, 이수만 회장은 후계자를 결정한 듯 자신의 지분을 그에게 넘겼다. K-팝 시장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린 작금의 SM 지분 인수전이다.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도 차고 넘치는 이 이야기에는 거물들과 맞서는 신진 세력도 등장한다. 먼저 이수만의 처조카이자 40대 초반에 SM 최고경영자가 된 풍운아 이성수 대표. 혈연관계 때문에 회장님의 친위대로 여겨졌던 그는 예상을 깨고 회장님의 온갖 비리를 폭로하며 맞섰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를 자처하는 얼라인 파트너스 이창환 대표가 가세한다. 그는 이성수 대표보다 더 어린 30대의 나이다. 생활보호대상자 홀어머니와 살면서 방송국 퀴즈프로그램 1등을 차지하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투자회사를 세운, 판타지 소설 같은 성공담의 주인공이다. 그는 자극적인 폭로전보다 이수만 회장과 우호세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방식으로 이성수 대표와 합동 공격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뒤에 카카오가 있다. 두둥. 자세히 들어가 보면 더 많은 이름과 세력들이 등장하는데 방송 연예계 관계자가 아닌 이상 다 알 필요는 없고, 일반 독자님들이 관전할 수 있을 만큼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되어버린 K-팝 시장에서 이번 사태는 판 자체를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전쟁이다. 이달 말일 SM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회장-하이브의 연합군과 이성수 이창환 대표-카카오의 연합군은 또 일전을 치른다. 승부는 표 대결을 통해 가려질 듯한데, 그 결과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다. 마삼트리오 멤버들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엄혹했던 1980년대, 짓눌린 청춘들을 웃고 울게 해주었던 그들의 노래와 라디오가 그리워진다. 고백컨대 아무리 생각해봐도 셋 중에서, 아니 모든 라디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디제이는 팝스투나잇 이수만이었다. 헛헛한 마음은 노래로 달래는 게 제격이지. 마삼트리오의 막내, 유열이 부릅니다. 화려한 날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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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소설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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