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일주일 만에 또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북한이 추가적으로 발사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추가도발 가능성의 근거로 초대형 방사포의 전력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둘러싸고 대내외적 명분쌓기 등 다목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다시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어 이번 훈련이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불의적인 군사적 대응타격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전하면서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아닌 포병부대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600㎜급 초대형 방사포를 야전부대에 이미 실전배치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초대형 방사포를 처음 시험발사했을 당시 연사시차는 17분이었다.하지만 지난 2일과 9일은 20초로 줄었다.
하지만 최종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초대형 방사포는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 발사관 4개로 구성됐다. 북한은 4개의 방사포를 연사로 발사하기 위해 발사시간을 꾸준히 단축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훈련이 성공한다면 이동식 발사대에서 1분 안에 탄도미사일 4발을 모두 쏠 수 있다. 기습공격이 충분히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발사관 2개만 열린 것이 확인됐다. 즉, 첫번째와 두번째는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해 연사시간 20초는 달성했지만 세번째는 다른 종류의 방사포를 발사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 세번째 발사가 초대형 방사포였다면 3연사 발사를 실패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추가 시험발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2발 연속 발사는 성공했으나 야지(野地) 운용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4발 연속 발사와 야지 운용 능력의 검증을 위한 발사 시험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를 피해 동해상 사격훈련장을 연이어 방문하고 있어 추가적인 훈련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평양내 외국인 이송을 위한 특별항공편을 9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띄우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매년 여름 원산에 위치한 전용별장 특각(별장)에서 피서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동절기에 동해 일대에 열흘 넘게 머무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이 '불의적인 점검'을 강조한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예정된 훈련이 아니었고 김위원장의 지시에 이뤄진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총참모장인 박정천 육군대장 외에 다른 간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원산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평양지역 코로나 19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며 "사격훈련으로 인해 평양을 장기간 비운다는 명분을 만들어야 오해를 받지 않는 정상적인 통치행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으로 흐트러진 내부 체제를 결속하는 한편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ㆍ미 모두 협상을 담당할 실무진이 교체되면서 미국이 협상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관심끌기용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탈레반 지도자와 통화를 하는 등 대북 문제가 우선 관심사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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