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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사람 살리는 돼지, 한 마리에 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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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사람 살리는 돼지, 한 마리에 2억원?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는 몸값이 한 마리에 2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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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소보다 비싼 돼지 아시나요? 500㎏ 짜리 한우 한 마리는 육질의 등급에 따라 600만~1000만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돼지 한 마리가 2억원 넘는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돼지길래 그렇게 바싼 것일까요? 미술작품 속 돼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사육해서 파는 돼지인데 최소 1억~2억원을 호가한다고 합니다. 어떤 돼지일까요?


유전자 조작 돼지입니다.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가 비싼 이유는 '이종이식'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사육한 돼지이기 때문입니다. 돼지는 인간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하고, 영장류에 비해 사육기간이 짧으며, 사육 비용도 적게 들어 대량생산도 가능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그렇지만 돼지 장기도 인간에게 이식할 수는 없습니다. 돼지 장기를 영장류에게 이식하면 다른 이종장기와 마찬가지로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돼지 장기의 표면에 있는 '알파 갈(알파 1,3-갈락토오스)'이라는 성분이 격렬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켜 장기를 이식받은 영장류를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유전자 조작 돼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돼지 몸속의 알파 갈을 제거한 뒤 수정란을 복제해 대리모에게 수정·착상시킨 돼지입니다. 이 돼지를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사육하는데 한 마리의 가격이 최소 1억~2억원 가량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 사육에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의 장기는 고장 난 자동차의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처럼 다른 동물의 장기로 대체(이종 장기이식)할 수가 없습니다. 오직 인간의 장기로만 대체(동종 장기이식)가 가능합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31일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8005명입니다. 장기 수요에 비해 기증자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대기자 중 고작 12% 정도만이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도 무려 3년3개월 정도를 기다린 끝에 이식받은 것입니다.


나머지 88%의 대기자들은 이식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과학자들은 인간의 장기와 가장 비슷한 돼지를 대상으로 이종 장기이식을 연구해왔습니다.

[과학을읽다]사람 살리는 돼지, 한 마리에 2억원? 돼지의 장기를 이식받은 원숭이(사진 왼쪽)와 유전자 조작 돼지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2018년 독일 뮌헨대 연구팀은 개코원숭이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데 성공합니다. 그전에도 이식에 성공했으나 개코원숭이는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뮌헨대 연구팀으로부터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개코원숭이 중에는 최장 195일을 생존한 개체도 있어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돼지에 삽입해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연구가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건국대 '인간화돼지 연구센터'는 면역이 결핍된 돼지의 배아에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한 후 그 수정란을 다시 돼지 대리모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만약 대리모로부터 생산된 돼지가 면역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면 이는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인간의 면역체계를 가진 돼지가 되는 것입니다.


충북대 수의대와 부산 롯데동물병원 공동연구팀은 돼지 호흡기 조직을 개에게 이식해 3개월간 생존시키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돼지의 호흡기 조직을 개 3마리에게 이종이식하고 90일간 관찰했는데 3마리 모두 실험기간 동안 생존했으며, 기관내시경으로 관찰한 결과, 협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기는 하지만 이종이식의 성공 가능성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찾아낸 것입니다. 이런 연구들의 최종 목표는 면역결핍 돼지에게서 떼낸 장기가 인간의 몸에 이식됐을 때 면역체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난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생명윤리법에도 어긋나지 않아 연구의 장애물은 없는 셈입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귀한 유전자 조작 돼지를 애완동물로 판매한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9월 중국의 베이징 유전체연구소(BGI, Beijing Genomics Institute)는 연구에 이용해왔던 유전자 조작으로 최대 15㎏까지만 자라는 '미니돼지'를 애완용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BGI는 한 발 더 나아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털색깔과 무늬를 가진 애완용 미니돼지를 생산·판매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 돼지의 가격은 1만위안(약 168만원)입니다. 생명윤리를 떠나 유전자 조작된 돼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과학을읽다]사람 살리는 돼지, 한 마리에 2억원? 이종장기 이식을 위해 키우는 유전자 조작 돼지는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한국은 연구를 위해 마리당 1억~2억원 짜리 비싼 유전자 조작 돼지를 철저한 위생관리를 받으면서 사육하고, 중국은 애완용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미니돼지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경제적 관념은 확실히 중국이 우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생명을 상품으로 여기는 인간의 본성은 놀랍고도 두렵습니다.


아무튼 기술은 여기까지 발전했습니다.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여러 차례 들려왔지만, 그 결과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아픈 결과를 받아들여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넘어야 할 산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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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희생에도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그 마음이 유전자 조작을 당하는 돼지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라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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