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동맹 강화가 해답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가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말 미ㆍ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 국민들의 기대도 커졌다. 낙관적인 분위기도 적지 않다. 29일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을 만나 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에 관한 사항을 협의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를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두 가지 변화가 한국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3월26일에 진행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전격적인 정상회담이다. 이를 통해 북한과 중국은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혈맹관계로 정상화했고, 남북 및 미ㆍ북 정상회담과 비핵화에 관한 양국의 입장을 조율했을 것이다. 이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중요한 이해당사자로서 관여하게 됐고, 북ㆍ중관계가 강화될수록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기동공간은 줄어들 것이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인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를 국무장관으로, 볼튼(John Bolton) 전 유엔대사를 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사실이다. 폼페이오는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다. 북한이 수개월 이내에 대륙간탄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그 전에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조해왔다. 볼튼은 부시(Goerge W. Bush) 행정부 때 활동했던 대표적인 네오콘이다. 북핵은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개발돼 북측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선제타격을 통한 파괴가 최선이라고 주장한 근거다. 폼페이오의 후임으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된 해스펠(Gina Haspel)도 해외 비밀공작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단호한 대북정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관련 전시 내각이 구성됐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중국이 추가됨에 따라 한국이 유의해야할 사항도 늘었다. 북한은 중국에게 필요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어 경제제재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려는 한미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간 비핵화 협상에 중국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나아가 중국은 한국과 북한 모두를 규합해 반미 전선을 형성하고자 시도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북ㆍ중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속으로는 긴장하는 이유다.

미국 안보라인의 강경파 포진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대북협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과거처럼 거짓으로 합의하거나 합의 후 어떤 트집을 만들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북한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강경파들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정책방향을 달리하거나 북한이나 중국에 밀착한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을 제재하거나 동맹공약을 약화시키는 등 반한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양면의 칼날인 셈이다.
북ㆍ중 정상회담과 미국의 강경 안보라인이 한국에게 제시하는 선택의 방향은 분명하다. 북한의 비핵화 성공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절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이라서 어떤 경우에도 한국 편일 수 없어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미국의 새로운 안보라인은 미국과 같이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도 약화시킬 태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선택지가 좁아짐에 따라 당연히 한국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으나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 상황이 이같이 명확함에도, 균형외교를 명분으로 현 정부가 한미동맹 대신에 북한이나 중국을 선택할까 염려하는 건 기우일까?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