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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부모의 눈물] "어린 부부지만 아이를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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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준비된 가정, 안전한 미래' <1>취약층 전략하는 10대 부부


지난해 연말 광주 북구에서 친모의 방화로 어린 3남매가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세간에서는 "아무리 생활이 힘들어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는 비난이 고조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엄밀히 말해 한국사회의 복지시스템이 3남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는 지적도 있다. 친모 A씨는 사건 발생 당시 22세, 아버지 B씨는 21세였고 3남매 중 가장 큰 아이는 5살이었다. 첫 아이를 낳을 때 10대 부부였던 셈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가정을 꾸렸고 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은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받지 못했다. 생활은 더욱 곤궁해졌고 다툼이 이어졌다. 결론은 죄 없는 천사들의 희생이었다.
10대∼20대 초반 부부가 이룬 가정, 미혼모(부) 가정, 재혼가정 등 준비되지 못한 가정에 대한 정확한 현상파악과 복지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광주3남매 사건과 같은 비극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준비된 가정, 안전한 미래'를 주제로 10회에 걸쳐 조혼가정, 미혼모(부) 가정, 재혼가정 등을 심층 취재해 이들이 처한 현실을 짚어본다. 또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지 현장 복지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본다.<편집자 주>

[10대 부모의 눈물] "어린 부부지만 아이를 지키고 싶어요"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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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저희같은 사람들을 곱게 볼리가 없죠. 그래도 저희가 선택한 거니까 감수하고 열심히 살아야죠. 아이들이 있잖아요."


허건태(22ㆍ가명), 김영아(20ㆍ가명)씨 부부는 둘 다 10대 때 만나 가정을 이뤘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네살, 두살 된 아들도 두고 있다. 흔한 말로 어려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아무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됐지만 지난해 혼인신고를 마친 엄연한 법적 부부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 사이였으나 서로의 가정형편이며 고민이 비슷하다 보니 정이 들었고 사랑에 빠졌다. 당시 17살이던 영아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친할머니와 단 둘이 살다, 어릴적 헤어진 어머니 집에 들어갔지만 정을 붙이지 못하고 가출을 하던 때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건태씨도 집을 나온 상태에서 둘은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중 청소년쉼터에서 잠시 머물던 영아씨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미혼모시설에서 아이를 낳은 뒤 지하 원룸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다. 어쩌자고 애를 가졌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에도 부부는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는 짐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었다.


어른들의 눈엔 애가 애를 낳아 키우고 있는 모습에 걱정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두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소중한 존재다. 부모의 고달픈 삶을 알기라도 하듯 또래 아이들처럼 자주 운다거나 칭얼대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순한 편이에요. 그래도 어린이집에라도 가면 지금보다는 키우기가 더 수월할텐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 어린이집 (입소)1순위가 된다고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영아씨 부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아이 둘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얼마 전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그도 그럴것이 이들 네식구는 한달에 채 6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생활한다. 두 아이의 양육수당 30여만원과 영아씨 부친이 남긴 유족연금 25만원이 전부다. 최근까지 긴급생계비로 월 70만원씩 지원받았지만 3개월이 지나 지금은 이마저도 끊긴 상태다.


그나마 지금은 지하 원룸을 벗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련해준 전세임대 주택에서 살고 있어 그나마 집 걱정은 덜고 있다. 주거지원도 이들이 10대 미성년 부부라서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해당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매월 임대료로 10만원이 나가고, 올해 유난히도 매서운 겨울날씨 탓에 한달 난방비만 25만원을 지출한다. 영아씨는 "한달 생활비로는 작은 애 분유값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집이 웃풍이 심해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봐 종일 난방을 틀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태씨와 영아씨는 아이들이 아프면 병원비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이다.


쪼들리는 살림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개월 전 부부는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가다 불법주차돼 있던 차를 받으면서 다리를 크게 다쳤다. 그 전까지 건태씨가 일용직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지만 사고 이후 병원신세를 지면서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생활비를 못 버는 것은 고사하고 두 사람의 병원비만 5000여만원이 나왔다. 일단은 일부 과실이 인정된 상대 차량의 보험사에서 병원비를 일정부분 지불했지만 결국 몇 천만원은 고스란히 부부가 갚아야 할 몫이다.


"비급여 진료비가 많았는지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막막해요. 저희쪽 과실이 더 크니까 상대방 보험사에서 적어도 3000만∼4000만원은 청구할 것 같은데, 그래도 남편이 다 나아가니까 일을 하게 되면 분할을 해서라도 갚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영아씨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부부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고 가정을 꾸린 지금의 생활이 분명 버겁다. 때론 자신들의 처지가 싫어 친구들을 일부러 피할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시작한 결혼생활도 아니기에 사회의 냉대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그래도 두 사람이 선택한 삶이기에 헤쳐나가려고 한다. 적어도 두 아이를 한울타리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면서 어린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다.


[10대 부모의 눈물] "어린 부부지만 아이를 지키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남녀 모두가 10대 때 결혼한 건수는 2014년 3836건, 2015년 3471건, 2016년 3283건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혼인신고를 해 통계에 잡힌 수치다. 사실혼 관계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아씨 부부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가정을 꾸린 이들이 있는 반면 사실혼 상태에서 현실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또다른 형태의 취약계층인 미혼모들이 양산된다는 점이다.


올해 18살의 A양은 4개월여 전만 해도 B(19)군과 함께 서울에서 살았으나 지금은 갓 태어난 아이와 둘이 남겨졌다. 두 사람은 결혼까지 약속하고 미혼모지원기관의 도움으로 집까지 마련했지만 끝내 이별을 택해야 했다.


A양과 B군은 모두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뒤 각자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다 아이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어린 나이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가정을 이루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청소년쉼터에선 거주, 양육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도움을 얻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법적 부부나 사실혼 관계는 안되고 미혼모 또는 미혼부일 때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도움으로 보금자리는 구했지만 이번엔 기초생활수급이 문제가 됐다. A양의 부친이 A양 명의로 개설한 통장이 소득으로 잡히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친부와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A양을 위해 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중재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벽을 뛰어넘으면 더 높은 벽이 그들을 가로 막았다. 두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립의지를 키웠으나 소득이 잡히면 지원이 중단되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쳐야 했다. 이러다보니 부부간 다툼은 잦아졌다. 게다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미성년 부부라 아이의 출생신고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선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나마 미혼모일 때 법적ㆍ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A양은 미혼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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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팀장은 "아이를 가진 10대 청소년 대부분은 가출 청소년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아이를 낙태하거나 입양보내기 보단 가정을 꾸려나가려는 의지가 있지만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주민등록증 발급에 부모 동의가 필요한데 아이를 낳아도 주민등록증이 없어 육아지원키트를 지원받지 못한다"며 "민법에서 만 19세가 안돼도 결혼을 하면 성인으로 인정해 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를 낳을 경우에도 성인으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숙·이승진 기자 hsp0664@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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