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추석 후 열리면 귀성포기자 속출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추석요? 길면 뭐해요. 국감 준비해야지 무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 금융위원회 사무관의 푸념입니다. 12년만에 가장 긴 열흘의 추석연휴가 오는데도 국정감사를 앞둔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해 마다 겪는 '추석앓이'입니다.
여야가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일정조율에 나서면서 금융위 공무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9월 국감을 시작해 추석 전에 끝나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추석 후 국감이 열린다면 명절 내내 국감 요구자료를 만든다고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할일이 산더미라 귀성포기자도 속출합니다.
추석 전에 국감이 열린다 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증인채택이나 자료제출 요구 공방으로 국감이 파행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통상 국감은 여권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야당의 무대'로 인식됩니다. 그러다보니 여야 의원들간에 옥신각신하다가 국감일정이 길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 사무관은 "국회의원들이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사한 자료를 중복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매년 국감때마다 녹초가 된다"면서 "국감 기간엔 다른 일을 보지 못해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 정부 기조가 휴가를 장려하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연휴기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국감일정이 확정될 때까진 올해도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일 것 같네요.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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