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부터 연차소진" 文정부 주문에…눈치보기 문화 근절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휴가 솔선수범'에 나선다. 지난 3일과 4일 하계 휴가원을 낸대 이어 10일, 11일, 14일에도 휴갓길에 올라 5일의 하계휴가를 모두 쓴다. 특히 10일부터는 주말과 광복절(15일)이 끼여 6일을 연달아 쉴 수 있다.
최 위원장이 하계휴가 닷새를 모두 다 쓰는데는 새 정부가 휴가 사용을 독려한 영향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부처 장관부터 연차 소진에 나서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금융위에선 최 위원장의 이번 휴가를 두고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금융위에선 긴 휴가는 '한 여름 날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전임인 임종룡 위원장이나 신제윤 위원장은 "현안이 산적하다"는 이유로 길어야 사흘 여름 휴가를 가는데 그쳤다. 휴가 중에도 현안 보고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장관에게 보고할 안건이 있으면 차관부터 과장급 간부까지 보고라인 전체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면 간부들 눈치를 보느라 직원들도 휴가를 미루게 되는 연쇄효과가 있었다. 가뜩이나 금융위는 관가에서 '일만 많고 힘든 부처'로 인식됐는데 휴가 사용까지 인색했던 셈이다.
금융위 내부에선 최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취임 직후 첫 간부회의에서도 "일찍 퇴근하고 주말 출근은 가급적 지양하는 등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불필요한 보고와 의전은 생략하고 쉴 때는 쉬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직원들이 높은 업무 강도로 피로도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최 위원장이 휴가부터 솔선수범해 휴가 때 윗사람 눈치를 보던 문화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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