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환 롯데홈쇼핑 마케팅전략팀 책임
"모바일 성패에 따라 홈쇼핑 서열변동"
물건만 파는 홈쇼핑 한계…예능 접목 판매방송 '막례쑈' 기획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나이트클럽? 하하하하, 나이트케어 방법을 알려줄께." TV홈쇼핑 방송 중간 평범한 할머니의 이색 상품평이 이어졌다. 이웃집 할머니같은 친숙한 외모의 주인공은 이날 판매되던 나이트크림을 능숙하게 바르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거침없는 사용후기가 쏟아냈다. 사소한 내용인데 배꼽을 잡게 만드는 인터넷 개인방송 스타일이다.
롯데홈쇼핑이 지난달부터 선보인 '막례쑈'다. 이근환 롯데홈쇼핑 마케팅전략팀 책임은 '막례쑈'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뷰티 스타 박막례 할머니를 TV홈쇼핑 채널로 불러들였다. 박 할머니는 올해 71세로 유투브에 자신의 일상과 처음 경험하는 일 등을 동영상으로 올리며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유투브 채널 구독자는 15만명, 각각의 영상 조회수만 100만명을 기록했다.
이 책임은 "기존의 홈쇼핑 고객들은 쇼호스트들이 상품을 설명하는 방식에 익숙하지만, 상품소개 방식이 조금 더 진솔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면서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볼거리나 재미를 더해 상품을 더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화장품 광고는 당대 최고의 미모를 갖춘 톱스타의 전유물인 것처럼 TV홈쇼핑 업계에서도 뷰티 상품은 피부는 물론 외모까지 뒷받침되는 쇼호스트가 맡아왔다. 이 때문에 이 책임이 유투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꺼내들자 동료들의 반대가 거셌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이 남은 할머니가 설명하는 이미용 제품이 과연 팔릴 것이냐는 우려였다. 이 책임은 "대부분의 팀원들이 반대할 때 저희 팀장님은 흔쾌히 밀어주신 덕분에 막례쑈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려는 기우였다. 솔직한 사용법과 거침없이 쏟아내는 'B급 유머'에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판매방송 중 막례쇼가 전파를 타게되면 주문전화가 폭주하는 것. 특히 홈쇼핑에서 '난공불락' 세대인 젊은층의 관심이 뜨거웠다. 지금까지 방송된 막례쑈 동영상 5개는 조회수가 330만뷰를 돌파했다. 첫 막례쑈 영상에서 소개된 시크릿에이지 기미크림의 경우 18~34세 매출이 전체 연령대의 60%를 차지했다. 이 책임은 "실제 촬영을 하면 박막례 할머니의 직설화법과 전라도 사투리에 스텝들이 빵빵 터진다"면서 "박 할머니는 그야말로 해피 바이러스인데 방송인 만큼 심의 때문에 편집된 부분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2006년 롯데홈쇼핑에 카메라 감독으로 입사했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던 5년전 회사에서 신규 콘텐츠 지원부서를 만들면서 직종을 바꿨다. 영상을 다루던 직업인 만큼 새 업무에서도 이색 마케팅 기획을 찾았왔다. 그는 "홍쇼핑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의 쇼핑은 끝났다.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면서 "홈쇼핑 업계도 앞으로 모바일을 얼마만큼 접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서열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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