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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슴 드러내고 1600㎞ 걷는 이유

미국 유방암 절제수술 받은 여성, 미시시피서 워싱턴 연방의회까지 '시위 오디세이'


[아시아경제 정동훈 수습기자] 상의를 벗은 한 미국여성이 미시시피 주부터 워싱턴 D.C.까지 1000마일(약 1609㎞)을 걷고 있다.


이 여성의 이름은 폴레트 레파트(Paulette Leaphart). 레파트는 2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가슴절제술을 두 번 받았다. 그의 가슴에는 수술로 인한 흉터가 남아있다. 그는 지난 4월3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 주 남동부의 빌록시에서 여정을 시작했고 이달 30일 워싱턴의 미국 연방의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지나고 있다.

1600km를 걷는 이유


레파트가 워싱턴까지 1600㎞를 걷는 이유는 유방암의 위험성을 알리고 의회에 보건복지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가슴 흉터를 드러낸 채 워싱턴의 의회 앞에 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레파트는 2014년 1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그의 삶은 황폐해졌다. 같은 해 2월 그는 두 차례 가슴절제수술을 받았고 담당의사로부터 "가슴재건수술을 한다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유방암 투병 이후 내 삶은 갈기갈기 찢겨나갔다"고 말했다.


네 딸을 둔 싱글맘인 레파트는 현재는 유방암 완치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투병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렸다. 두 달마다 1500달러(약 177만원)를 치료제를 사는데 써야했기 때문이다. 그는 "의료보험이 없어서 집, 자동차 등 돈 되는 것들은 모두 팔아야했다. 미국은 살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내야하는 나라다. 의회는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낮추려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핑크리본과 가슴흉터


레파트가 상의를 벗은 이유는 뭘까. 유방암으로 인해 생긴 흉터를 가리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이 병에 대한 확실한 경고라고 믿기 때문이다. 레파트는 현재 유방암 캠페인들이 여성들에게 병의 심각성을 알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핑크리본'이 대표적이다. 핑크리본은 유방암을 의미하는 국제적 상징이다. 1991년 미국에서 열린 유방암 환자 달리기 대회에서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핑크리본을 나눠준 것이 계기다.


레파트는 "'예쁜 핑크리본'은 유방암이 얼마나 위험하고 잔혹한 병인지를 대중에게 경고하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해마다 미국여성 4만 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하고 23만6000여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레파트는 "암에 걸리기 전까지 나는 한번도 핑크리본 캠페인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캠페인은 유방암으로 인한 흉터나 고통은 상기시키기 힘들다. 내가 가슴 흉터를 드러낸 것은 사람들이 유방암을 정확히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중 앞에 흉터가 있는 상반신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레파트는 자신의 흉터 앞에 당당하다. 그는 "세상 혹은 다른 사람이 나의 아름다움을 규정하지 못한다. 나의 아름다움은 나의 가슴이, 머리카락이, 몸매나 피부색이 아니라 내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사회는 레파트의 여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에밀리 맥킨지라는 영화감독은 이 여정을 뒤따르며 'Scar Story'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비 3만 달러(약 3551만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였다. 팝스타 비욘세는 '레파트의 1600km걷기' 계획을 접한 후 자신의 새앨범 '레몬에이드' 뮤직비디오에 레파트를 출연시켰다. 비욘세는 여정이 끝나기 전 레파트와 함께 1마일(약 1.6㎞)을 같이 걸을 계획이다.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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