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끝>伊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프스타트'
[베르가모(이탈리아)=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이탈리아의 작은 중세도시 베르가모. '종합금융투자회사'를 표방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동네 형과 동생이 의기투합해 만든 오프스타트(opstart)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공상을 즐기는 죠반파울로 아리올디(Gionavnpaolo Arioldi) 형제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2014년 아이디어만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15년 1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공식 등록됐다. 죠반파울로 아리올디 형제를 비롯해 재무담당하고 있는 디에고 장끼(Diego Zanchi), 최고경영자인 안드레아 칸투(Andrea Cantu) 등이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4월21일 베르가모 구도심에 위치한 오프스타트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죠반파울로 이사는 “처음으로 증권형 플랫폼을 생각한 것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사업화와 확장가능성이 높은 증권형을 최종 선택하게 됐다”며 “특히 가장 규모가 큰 기여형은 투자가치가 낮은 형태여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증권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설명했다.
플랫폼 설립시기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늦은 편이지만 공동창업자 4명의 경력만큼은 어느 업체에도 밀리지 않는다. 가장 연장자이며 최고경영자인 안드레아 칸투는 10년 이상 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조직관리에 주력하고 있고 재무담당인 디에고 장끼는 대형 금융사에서 기업금융(IB) 분야에 잔뼈가 굵었다. 죠반파울로 형제는 금융권 대출담당 경력과 ICT관련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에고 이사는 “4명 모두 플랫폼 사업 이외에 여전히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뜻이 맞아 협력하고 있다”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무의 양과 집중도는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4명에서 출발한 임직원수도 계약서 검토, 스타트업 선정 등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충원해 9명으로 늘렸다. 직원은 모두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업무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채웠다.
◆지난 3월 첫 자금조달= 오프스타트는 지난 3월 설립 후 처음으로 ‘P2R’이라는 기업의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 스타트업 기업은 100여개의 아이디어 중 5개를 선정해 외부기관의 평가를 거쳐 고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기업으로, 물리치료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환자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담당의사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최초 자금조달 목표는 1만5000유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이후 한 달여만에 목표대비 64%의 투자금을 모았다.
오프스타트의 창업자 4인이 생각하는 좋은 스타트업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들은 ‘팀웍’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팀웍이라는 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어 상품화 가능성, 국제화 가능성 등을 꼽았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을 만한지, 해외에서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죠반파울로 이사는 “좋은 기업 또는 아이디어를 골라 외부에 검토를 맡기고 검토 보고서가 오면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플랫폼에 올리는 과정을 거친다”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우선순위가 되고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팀’”이라고 강조했다.
◆'종합금융투자회사'의 꿈= 오프스타트 공동설립자 4명의 꿈은 다른 플랫폼 업체들과 조금 다르다. 다른 플랫폼 업체들이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의 목표가 더 많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중개하는 것이라면, 이들은 회사를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조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과정이 1차라면, 벤처캐피탈과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컨설팅과 금융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과정이 2차, 그리고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받거나 인수합병(M&A)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3차다. 이 모든 단계를 소화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갈 길은 멀다. 일반투자자 수와 기관투자자 수의 비중은 9대 1 수준으로 어느 정도 형태는 갖췄지만 투자규모면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여전히 30~35%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개인투자자 중 일부는 지인들로 채워져 저변을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자본금 역시 2만5000유로에서 시작해 몇 개월만에 20만유로로 8배 커졌지만, 종합금융투자회사의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죠반파울로 이사는 “이탈리아의 제도가 영국에 비해 제약이 많은 편이지만 수와 규모에서 불특정 다수의 개인투자자의 비중을 높여야 플랫폼 사업에 승산이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플랫폼을 알리는 한편 이벤트를 열고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스타트는 올해 2개의 스타트업 기업 자금조달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의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디에고 이사는 “플랫폼 사업의 경우 플랫폼 업체간 협력과 투자자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역시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초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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