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국민의당 '격랑'

천정배도 당무거부, 安 '마이웨이' 고수…분당 수순 치닫나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야권연대'를 둘러싼 국민의당 지도부 내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당무거부, 김한길 의원은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직 사퇴로 야권연대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여전히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은 11일 오전 8시 열린 최고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성명서를 내고 상임선대위원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사퇴의 사유로 "어제 밤 공동대표 두분과 회동을 갖고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히 설명했다"며 "집권세력의 압승을 막아내는 동시에 야권과 우리당의 의석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험이었으나, 안철수 공동대표의 강고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야권연대가 무산될 경우 닥칠 정치적 파고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김 의원은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권분열의 깃발을 직접 들게 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천 대표 역시 지난 9일 안 대표와 회동을 갖고 '중대결단' 까지 거론하며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천 대표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 불참하는 등 당무를 일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2·3대 주주가 당무를 거부하거나 당직에서 사퇴하면서 국민의당은 '격랑'에 빠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이날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는 내내 싸늘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주승용 원내대표, 최원식 의원 등은 회의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최고위원회 멤버가 아닌 황주홍·김관영 의원도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독자노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하던대로 하면 야당은 만년 2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와 가까운 박주선·김성식·이준서 최고위원,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등도 독자노선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 일정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홍에 빠진 당 상황과 관련해 "대전에 가서 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