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0년만에 상계동을 찾은 '연어'가 '불곰'을 꺾을 수 있을까.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서울 노원구병 선거구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권주자인 안철수(54)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아성인 노원병에 새누리당의 루키(Rookie)인 이준석(32)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어서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내고 TV 출연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이 예비후보가 안 대표를 뛰어넘어 국회에 안착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오후 찾은 노원구 마들역 인근 이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이 예비후보 옆에는 여느 선거캠프와 달리 20·30대 청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캠프 관계자는 "출마 선언(24일) 이후 자원봉사자로 200여명이 몰렸다"며 "대부분 20대나 30대"라고 귀띔했다.
이 예비후보가 정치권에 등판 한 지는 벌써 5년이 됐다. 그런만큼 그의 말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선거를 처음 해 본 것이 대통령 선거라서 그런지 만나서 사람을 대하는 기술 같은 건 배운게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예비후보의 속내가 당선보다는 '이름값 높이기'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 예비후보는 자신의 현실정치 도전에 대해 "투덜이 스머프(Smurf)가 되기 싫었다"며 "독설보다는 사람의 삶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3년간 안 대표의 의정생활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지역에서는 안 대표가 지역의 현안보다 대권에 관심이 많다는 평가다"며 "대권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대통령이 돼도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예비후보에게 노원병은 쉽지 않은 지역구다. 노원은 2000년 이후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한 번 뿐일 정도로 야성(野性)이 강한데다, 대권후보인 안 대표가 버티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야권이 분열되면서 '어부지리'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이 예비후보는 이에 대해 "노원은 보통 여당표가 40%, 야당표가 60%라 하지만 프레임을 달리보고 싶다"며 "상계동은 너도 나도 아파트에 설고, 4호선을 타고 출·퇴근 하는 등 어느 지역구보다 주민의 동질성이 강한 곳이다. 밖에서 보는 공식이 잘 먹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야권이 나눠지고 갈등·반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안 대표를 거부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역선택을 할 지는 미지수"라며 "결국 선거의 변수는 제가 지역주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한 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자신을 '상계동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는 앞서 12살 까지 상계동에 거주했다. 이 예비후보는 "상계동은 서울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이 처음으로 정착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시작하는 곳"이라며 "주민들께 '저도 여기서 아이를 낳고 기르겠다, 제가 그 과정에서 하는 고민이 상계동의 고민일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반응이 좋은데, 이것이 제가 가진 장점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만만한 이 예비후보 역시 새누리당 내부 경선이라는 벽을 우선 넘어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이 없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서다. 그는 "전략공천에 의한 청년영입은 배려나 특혜가 전제 된 것"이라며 "득실이 있겠지만 상향식 공천이 정착되고 (제가) 성공한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청년후보들이 출마하며 정치에 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의 도전에 지역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노원역 인근에서 만난 김형자(61·여)씨는 "이 예비후보는 똑똑해보이긴 하는데, 아직 경륜이 부족해보이는 건 사실이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상인 서태용(57)씨는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면 안 대표가 (당선) 되겠지만, 생각보다 표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