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기준 SO 가입자·매출 전년 대비 감소
1위 CJ헬로비전 매각, '위기의 케이블' 대표적 사례
케이블, 미래 투자 소홀 위기 자처…M&A로 방송통신 업계 활력 기대
케이블·IPTV 기술 구분 사라져·칸막이식 규제도 허물어져
통신방송 융합 추세 가속화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SK텔레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케이블방송 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CJ헬로비전의 가입자는 416만4119명으로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이어 티브로드, 씨앤앰, CMB, 현대HCN의 순을 나타내고 있다.
CJ그룹은 홈쇼핑 사업자인 CJ오쇼핑, 콘텐츠 사업자인 CJ E&M과 유료방송 사업자인 CJ헬로비전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방송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듯했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업계 맏형 노릇을 해가며 각종 정책 및 기술 이슈를 주도했다.
이런 CJ헬로비전이 '적군'이나 다름없던 SK텔레콤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케이블업계 종사자들이 '멘붕'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 케이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CJ헬로비전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1위 사업자마저 매물로 나오겠느냐'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방송 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졌던 CJ그룹이 CJ헬로비전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일종의 '손절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CJ그룹은 지역의 개별 SO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CJ헬로비전을 업계 1위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방송 산업이 계속 하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비전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서서히 죽어가는 케이블"…1위 사업자마저 매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SO 가입자는 전년보다 13만명이 감소한 1461만명을 기록했다. 방송사업 매출액도 330억원이 줄어든 2조3462억원으로 나타냈다.
반면, 2014년말 IPTV 가입자는 전년 대비 214만명(24.6%)이 증가한 1085만명을 기록했다. 방송 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33.2% 증가한 1조4984억원을 나타냈다. SO의 방송수신료 총액은 1조645억원(VOD 수신료 포함)으로 IPTV(1조2148억원)에 처음으로 뒤졌다.
이같은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 사업자들이 이처럼 위기에 처한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된다.
케이블 업계에서는 거대 자본력과 마케팅력을 가진 통신 사업자들이 유·무선 통신 상품과 IPTV를 결합 판매하면서 케이블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의 위기를 '남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IPTV 사업 초창기만 해도 콘텐츠 부족 등으로 케이블방송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뒤떨어져 있었다. 케이블방송은 이때 디지털방송 등에 적극 투자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홈쇼핑 수수료에 의존하며 안이한 세월을 보냈다. 그 결과 IPTV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자 급격하게 경쟁 열위에 처하게 된 것이다.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통신사업자들이 방송 상품을 통신 상품에 끼워 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문형비디오(VOD)를 제외한 수신료 기반의 가입자당 매출(ARPU·2014년말 기준)을 비교하면 SO는 2013년 대비 889원 하락한 5079원을 기록한 반면, IPTV 3사는 242원이 증가한 6967원을 나타냈다. 오히려 케이블방송의 방송 상품 가격이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케이블방송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케이블방송 업계 스스로가 정말 투자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미래 투자만이 살길…하지만 누가?
케이블 업계에 따르면 현재 M&A를 희망하는 케이블방송사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업계 3위이자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사인 씨앤앰은 수년째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 계열의 현대HCN 또한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의 독립SO들도 M&A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정작 케이블방송사들이 조용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케이블방송 업계 관계자는 "주요 케이블방송사들이 회사 매각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M&A에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케이블방송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케이블방송 업계 관계자는 "이미 CJ헬로비전이 매각 방침을 굳힌 상태에서 SK텔레콤이 아니더라도 다른 3자에 의해 매각 될 것"이라며 "방송통신이 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업자가 케이블방송을 인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기술적·제도적으로도 케이블방송과 IPTV의 구분은 사라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12월 마련한 통합 방송법안은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을 묶어 '유료방송'의 정의를 신설하고 규제를 통합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래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2018년까지 케이블과 위성의 RF(전파) 방식과 IPTV의 IP방식 등 매체별로 규정된 기술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기술결합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제 IPTV와 케이블의 구분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라진 장벽…"통신·방송 구조개편으로 활력 찾아야"
케이블방송은 통신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다른 케이블방송사의 M&A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케이블방송에 자금이 수혈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은 아날로그 케이블의 디지털전환, 초고화질(UHD) 방송 확대,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광훈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서서히 죽어가는 방송과 통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구조 개편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다만 M&A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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