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홍보가 연이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영상과 웹툰 등을 통해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와 효과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내용과 표현방식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 페이스북에 올라온 ‘[노동개혁 카드뉴스] 마지막 퇴근편’ 웹툰입니다. 2년 계약기간이 만료 되면서 해고 면담을 하는 근로자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요. 회사사정이 어려워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데 계약기간을 더 연장할 수도 없어 해고한다는 사측의 말을 듣고 쓸쓸히 회사를 떠납니다.
웹툰은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근로자가 원할 경우 2년 더 일할 수 있고, 쪼개기 계약은 금지되며 55세 이상 근로자의 파견 확대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네티즌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이 웹툰을 공유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공유 목적은 정부의 의도와 달랐습니다. 웹툰이 노동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이 대부분이었죠.
네티즌들은 "저런 논리라면 계약직을 왜 4년만 늘렸나, 30년 동안 하게 하지",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만들 생각을 안 하고 계약직 2년 더 할 수 있으니 좋아하라는 건가", "이게 정말 노동개혁 홍보 웹툰이 맞는 거냐, 풍자하려고 만든 것 같다",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예개척이다", "파견근무 확대는 정부가 노동자를 일회용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9일 오전 9시 현재 이 게시물에 대한 페이스북 공유는 322건입니다. 그 가운데 부정적인 코멘트를 달아 공유한 건수는 182건인데 비해 긍정적인 코멘트로 공유된 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나머지 30건은 코멘트 없이 공유됐습니다. 이만하면 “홍보가 아닌 풍자”라는 말도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정부의 노동개혁 홍보가 역효과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9월께 공개된 5개의 ‘노동개혁 캠페인’ 동영상도 네티즌들에게 호된 비난을 받았죠.
그중 ‘노동개혁 인터뷰편’입니다. “지금 116만명의 우리 아들 딸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라는 내래이션이 시작되고 이내 토목학과를 졸업했지만 현재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청년이 등장합니다.
그는 “취업을 포기…포기가 아니라 제가 하지 않았는데 포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며 말문을 엽니다. 그러다 “화가 나죠 왜 화가 안나겠어요, 다 아는 얘기잖아요. 다 아는 문제와 해결방법을 다 아실텐데 안 하는거 잖아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동시에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으로 28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 공정한 해고로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듭니다’, ‘이제 기업도 노조도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합니다’라는 자막이 나오며 노사정에서 노동개혁에 관한 대타협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됩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이런걸 만들어서 세금낭비를 왜 하는 것이냐”, “공정한 해고가 어떻게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지?”, “가진 것 없는 노동자가 양보하고 기업인들 유리하게 만들자는 법이 청년일자리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ㆍ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ㆍ파견근로자보호법 입니다. 각각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실업수급자격기준 강화·단계적 출퇴근 산재보상·35세 이상 비정규직 2년 후 2년 더 연장·파견업무 허용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야당과 노조 등에서는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자들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정부가 청년일자리를 볼모로 노동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죠. 적어도 온라인의 의견을 보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주장에 공감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되면 좋고 안 되면 큰일난다’는 식의 감정호소가 아니라 납득할만한 근거와 자료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 아닐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낡은 노동시장을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식으론 전 국민의 공감을 얻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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