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ㆍ납부의 달이다. 연간 소득세 징수액이 약 50조원(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세입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핵심 세목이다. 지금이야 어느 나라든 비중이 큰 세금 중 하나이지만, 역사적으로 그 탄생 과정은 험난했다. 징수 과정에서 납세자인 국민의 사생활이 국가의 공권력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납세자가 이혼하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자녀는 몇 명인지 등을 알아야만 정확한 소득과 지출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세금 산출이 가능해서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선진국에선 소득세를 싫어했다. 일찍이 조세제도가 발전한 영국(1799년 도입)과 독일(1811년)에서도 다른 세금에 비해 늦게 소득세를 도입했다. 미국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를 신설(1861년)했다가 전쟁이 끝나자마자 폐지했다. 당시로선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이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사상 통제와 공포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 것이리라.
그런데 각종 복지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에 빼앗기는 것으로만 여겼던 세금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납세자의 주머니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납세자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국가에 적잖이 공개하는 쪽으로 양보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소득세제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소득세는 기본적으로 납세자의 신고를 바탕으로 운용된다. 신고가 부실하면 과세 관청은 해당 납세자 모두를 뒷조사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 탓이다. 신고를 누락하면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에 과세관청은 정확한 소득세 신고를 받기 위해 납세자에게 '종합소득세 신고안내문'을 보내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관련 내용은 좀 더 세련되어야 한다. 특히 사생활 보호측면은 더욱 그러하다.
우선 과세관청이 해당 납세자의 수입금액을 신고안내문에 기재해 알려주는데, 그 내용을 제3자가 알았을 때 부작용이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요즘 부부 사이는 물론 부모 자식 간에도 수입금액의 공개는 금기사항 중 하나다. 통장 관리를 따로 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과세관청은 수입금액 명세가 적힌 안내문을 일반 우편물로 보낸다. 무심한 것인지 과잉 친절인지 구분이 안 간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와 직접 확인하라는 안내문이면 족하다.
신고안내문에 적힌 세금 관련 용어들을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준경비율, 단순경비율, 일반율, 자가율, 초과율 등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어떻게 하라는 설명도 없이 신고를 누락하면 무거운 가산세가 부과된다고 적고 있다. 납세자를 겁주는 행위다.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용어로 재구성해야 마땅하다.
신고안내문 뒷면을 보면 뭔가를 가득 써놓긴 했다. 그런데 그 내용과 표현이 과세 관청 소속원 끼리끼리 소통하는 수준이다.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명료성과 적정성이다. 신고안내문 수신자가 정확하게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분명해야 하며, 전달하는 정보의 양도 적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자기네들끼리 통하는 말로 적어 전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통고에 지나지 않는다. 납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도표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사족이지만 안내문 겉봉투에 '성실한 납세자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과연 이 땅의 성실한 납세자에게 애국자 대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과세관청은 자문해 봐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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