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공무원 연금개혁 진행 상황을 보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다른 정치 사안과 달리 정량적인 평가가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합의점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국가의 가장 큰 대사에까지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역시 힘이 센 집단의 이익이 더 보장되는 형태로 결론이 나서 더욱 씁쓸하고 답답하다.
논의의 초점이 어떻게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어야 할까라는 점에 맞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국민연금으로 관심이 전환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많이 양보하기는 싫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라는 명분은 무시할 수가 없으니 자신들이 손해나는 폭은 줄이고 대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림으로써 차이가 적게 나는 모양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건 좋지만 문제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재원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연금재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결국 국민들이 낸 돈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도 연금재원은 2060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지를 맞출 방안은 세 가지이다. 수령액을 낮추거나, 기여율을 높이거나, 연금 수급 개시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 70%를 가정하고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그러던 것이 수지를 맞추기 어렵게 되자 1998년 이를 60%로 낮추고, 또 안 되니까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에 국민연금을 개혁하면서 일단 2008년에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확 낮추고, 그 이후에는 매년 0.5%씩 낮추어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의 기금 소진 시기를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늦추게 됐고, 현재 소득대체율이 46.5%까지 내려온 것이다. 엄청난 논란 속에 어렵게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인데 이를 다시 올리자는 주장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한심하기까지 하다.
국민연금의 재정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 쉽게 이해하려면 돈 받는 사람과 내는 사람의 수를 보면 된다. 연금수급자의 수는 2020년에는 388만명이지만 2080년에는 1265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다. 반면 연금가입자의 수는 2020년 2037만명에서 2057년 수급자의 수와 동일해졌다가 2080년 1136만명으로 그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다시 말해 2020년과 2080년 사이에 수급자 대 가입자 비율이 6배로 악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여율 쪽은 어떤가. 국민연금 보험료 기여율은 1988년 제정 당시 3%로 시작했고 이후 5년마다 3%씩 상승시켜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9%가 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17년간 9%에서 멈추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소득대체율이 40.6%, 기여율은 19.6%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기여율은 너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은 1998년 개혁 때 기존의 60세를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 2033년에는 65세가 되도록 했다. 이것도 방향은 맞으나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좀 더 늦추어야 한다. 독일은 이미 67세 기준이다.
이제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상식에 맞게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 노후에 더 받고 싶으면 더 내고, 조금 내려면 연금수급 개시 시기를 늦추고 조금 받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은 더 양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대인데 공무원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여야 타협 전에 62.7%이었고 개정안도 61.2%으로 여전히 높다. 한 마디로 국민의 세금 지원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것이다. 공무원마저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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