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너랑 자고 싶다. 지금 내 방으로 갈래?"
"선생님이 마음을 고백하는 거야. 좋아한 거지. 우리가 뽀뽀했던 장면 있잖아?"
"미국 여자들은 다 풍만하다.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계란후라이 두 개 얹고 다닌다"
'가슴, 풍만, 뽀뽀, 자고싶다' 듣는 순간 얼굴을 화끈화끈하게 만드는 말들. 연인 사이에서 오고 간 대화 내용이 아니다. 최고 지성 집단인 대한민국 대학에서, 그것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망언'이다.
대학가가 잇딴 성추문 사건에 휩싸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 3월,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최근 연이어 터지는 성 스캔들로 학내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대학은 교수들의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해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동안 이같은 행태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공동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교수들의 '상상초월' 말말말 = 3일 제자 성추행 혐의로 고발당한 덕성여대 A교수의 음성파일 녹음 일부가 공개됐다. 피해 학생이 직접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음본에는 A교수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시인하면서도 이를 합리화하는 발언이 고스란히 담겼다.
A교수는 "선생님이 여자 이전에 제자로서도 좋아하고, 표현을 좀 격하게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네 마음 이겨내기가 쉽다는 거지"라며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놨다.
해당 교수는 지난해 2월 석사 과정에 진학 예정인 학생을 작업실로 불러 술을 먹인 뒤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지난 2월 6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의 피해 증언이 터져 나왔다. 강 교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학생들을 강제추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교수는 학생들을 따로 불러내 식사나 술자리를 가진 뒤 강제로 키스하거나 치마에 손을 넣는 등의 수법으로 수년간 '짐승 교수'의 행동을 이어갔다.
수업 도중 남학생에게 "섹시한 여자를 보면 흥분하니" 등의 발언과 함께 한국과 미국 여성들의 가슴 사이즈를 비교한 한 대학 관광영어학과 신모 교수의 발언도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신 교수는 이밖에도 "여자는 팬티스타킹 2호가 예쁘다"는 등의 말을 했고 결국 2013년 8월 대학으로부터 해임 처분됐다.
이러한 교수들의 '과감한' 성추행은 해외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 대구가톨릭대학교 B교수는 학생들과 중국으로 답사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난동을 부렸다. B교수는 1월25일 오후 10시께 답사여행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일행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B교수는 한 여학생에게 "너와 자고 싶다. 지금 내 방으로 갈래"라며 허리를 안고 엉덩이를 만지는 추태를 부렸다. 이를 말리던 남학생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교수가 여학생을 억지로 끌고 가려는 등 난동이 계속되자 결국 현지 경찰까지 출동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해외토픽에 오를 만한 행동을 한 교수들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대체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이 자신을 먼저 유혹했다'거나 '서로 좋아서 한 행동'이라는 주장을 펼치다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고 나서야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학위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절대 권력인 교수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불이익을 걱정해 이를 공론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사립대학에서 1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는 "학생들을 자신의 소지품처럼 여기고 딸뻘인 아이들에게 죄책감도 없이 이런 행동을 하는 교수들의 뇌 구조가 논문감이자 연구대상"이라고 꼬집었다.
◆ 교수들 잇딴 '몹쓸짓' 대학·법원도 제동 = 교수들의 일탈 행위가 봇물 터지듯 나와 사회적인 논란이 되자 대학가는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학들은 교수를 대상으로 성범죄 방지 교육을 실시하거나 학생들이 피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별도 창구를 만드는 등 분주한 모습니다. 덕성여대는 앞서 언급된 A교수의 피해학생 신고를 접수한 후 진상조사를 거쳐 총장 명의로 직접 그를 고발했다. A교수는 현재 직위해제 된 상태다.
한 대학은 폐쇄적인 곳에서 교수들의 성추행 행위가 자주 일어나는 점을 감안, 실험실과 연구실 등을 모두 유리문으로 바꿨다. 최소한 캠퍼스 내에서 이 같은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교수들의 강제 추행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법원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은 갑을관계·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사건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전고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 전 교수(49)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정 전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가중처벌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23회에 걸쳐 여학생들을 강제추행 해 죄질이 매우 무겁고 강제추행 정도 또한 가볍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점 등을 볼 때 일벌백계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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