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5개 대륙에서 13개 대회…1월 몬테카를로 랠리로 개막
양산차 업그레이드 후 참가, 기후·도로여건 등 변수가 재미
완성차업체 기술력 과시의 장, 현대차도 작년·올해 연속 출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월드랠리챔피언십(WRC)은 경기를 즐기는 관객은 물론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 완성차 제작사 모두에게 긴장감을 고취시키는 모터스포츠다.
F1이 비현실적인 속도감을 내세운다. 반면 WRC는 각양각색의 변수가 돌출, 보는 이로 하여금 찌릿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WRC는 시중에 파는 양산차를 기본으로 성능을 조금 더 끌어올린 차량을 갖고 하는 데다 일반 도로에서 경기를 하는 만큼 선수·제작사의 역량은 물론 경기 당일의 기후·도로여건·사고 시 임기응변 등이 어우러져 경기를 보는 내내 스릴이 넘친다. F1은 국내서도 경기를 한 적이 있지만 WRC는 아직 없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가 2000년 베르나를 내세워 처음 진출했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일찍 빠졌지만 2013년 복귀를 선언, 유럽에서 많이 파는 i20를 개조해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출전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90년대 제작사부문 챔피언에도 오른 적이 있는 세계 최대 메이커 도요타가 최근 2017년 참가선언을 했다.
완성차 회사가 WRC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인기 스포츠라는 점이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 WRC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완성차 회사의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극단적인 주행을 통해 차량 내구성과 관련한 기술을 축적, 실제 양산모델에 적용할 수도 있다.
WRC는 1년간 5개 대륙에서 13개 대회를 치른다. 일반도로는 물론 산길, 눈길 등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장거리 경주를 한다. 양산차를 기반으로 제작된 4기통 300마력 이하 랠리카로 순위를 매긴다.
공기역학 보조장치나 시퀀셜 기어박스 등은 가능하지만 티타늄이나 마그네슘, 세라믹 등 특정 재료를 써 차량을 만드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현재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의 차량이 대회에 나온 적도 있는데 큰 사고가 나면서 일정 수준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을 뒀다.
기본적으로 각 대회(라운드)별로 기록을 측정해 순위를 결정하고 라운드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매겨 시즌 챔피언을 가린다. 라운드당 17~22개인 스페셜 스테이지는 실제 기록을 경쟁하는 구간이며 로드섹션은 현지 도로교통법을 준수해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
로드섹션에서 법규를 어기면 현지 당국 규정에 맞춰 벌금도 내고 페널티도 받는다. 1위가 25점, 2위는 18점, 3위가 15점을 받는다. 나머지 4~10위도 순위에 따라 1~12점을 얻는다. 대회는 공식연습과 기자회견, 개막식을 포함해 보통 나흘 일정으로 진행된다.
100년이 넘은 몬테카를로 랠리(1911년 시작)는 가장 오래된 대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 시즌을 알리는 첫 대회로 최근 치러졌다. 몬테카를로 랠리는 기록을 측정하는 구간인 총 15개의 스테이지 383.88㎞와 제한시간 안에 다음 스페셜 스테이지까지 이동해야하는 로드섹션 1012.88㎞ 등 총 1400여㎞ 구간으로 구성됐다.
이 거리를 거의 쉬지 않고 차량 성능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에서 달려야 하니 자동차경주에서의 철인(鐵人)경기라고 부르는 것도 허튼 소리가 아니다. 운전실력은 물론 주행성능, 내구성도 받쳐줘야 한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팀을 갖춰 참가하는 곳은 현대차(i20)를 비롯해 시트로엥(DS3), 폴크스바겐(폴로R) 정도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팀원간 협업이 중요하다. 메인드라이버와 함께 차에 타는 보조드라이버는 스테이지 방향을 알려주는 한편 사이사이에 팀을 관리한다. 날씨와 도로상태 등을 파악해 최적의 주행조건을 만들어주는 웨더크루도 있다. 경기 중 차량이 전복되는 일도 있는데 메인·보조드라이버가 다시 뒤집어 경기를 진행하거나 엔진에 불이 나면 보조 드라이버가 급히 불을 꺼 다시 출발하기도 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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