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앞둔 연설서 '재산축적·이중생활' 지적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관리들을 향해 '영적 치매'에 걸렸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교황청(큐리아) 관리들이 위선적인 이중생활을 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든 권력을 차지하려 하는 등 신을 위해 봉사하는 자신의 본분을 잊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클레먼타인 홀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추기경과 주교, 사제 등 교황청 관리들에게 한 연설에서 교황청을 '정신 분열증' '장례식에 간 듯한 얼굴' 등 15개 각종 증상과 병에 시달리는 몸으로 진단하며 이같이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때로는 '언어 테러'가 교황청 관리들의 명성을 해치기도 하고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암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또 교황청 관리들의 이런 위선적인 이중생활은 아주 전형적인 '정신적 공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티칸 라디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부 교황청 관리들은 다른 사람이나 모든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 지구에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가톨릭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바티칸 관리들은)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다거나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잘못된 마음의 질병 등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다"면서 "장례식에 간 듯한 표정이나 항상 우울한 얼굴 등과 같은 이들 질병은 모든 가톨릭 신도는 물론 행정 조직과 교구 등 개인과 조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로마 교황청 국무장관을 지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을 겨냥해 "젊은 예수회 소속 신부가 간단한 짐과 책 등을 모아 이사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것이 오래된 예수회 신부가 보여줬어야 할 교회의 모범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추기경은 교황의 방문자 숙소 옆에 대형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가 최근 물러났다.
외신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의 15개 질병에 대해 연설하는 동안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기대했던 교황청 관리들은 심각한 얼굴이었으며 연설이 끝난 다음에도 아주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교황에 즉위한 이후 오랫동안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던 바티칸은행의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또 그는 교황청의 행정 개혁을 위한 자문팀도 임명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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