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계열사 컨소시움 구성, 최종입찰가격 직접 결정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뚝심'이 이번에도 통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무려 10조5500억원을 써냈다.
정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현대자동차 뿐만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까지 동원, 삼성동 한국전력(이하 한전)부지 인수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한전부지를 얻기 위해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정 회장은 삼성동 한전부지에 공을 들였다.
정 회장은 입찰 마감일인 17일 전날, 실무진으로부터 입찰 적정 가격 범위를 보고 받은 후 최종 입찰 가격을 직접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입찰 가격을 정 회장이 직접 결정했다는 것이다. 오랜 경영노하우와 관록 그리고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뚝심이 한전부지 인수성공의 배경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입찰가격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삼성그룹(삼성전자)이었다는 이야기가 입찰 결과 후 현대차그룹에서 흘러나고 있다.
재계 서열 1위 그룹인 삼성그룹이 입찰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입찰금액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그룹은 현대차그룹과 달리 입찰 당일 오후까지 입찰참여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철저한 보안속에 인수전을 진행, 현대차그룹 한전부지 인수 실무팀의 속을 태웠다.
또다른 어려움은 가격. 한전부지의 감정가격은 3조3446억원이다. 한전부지는 단일 건으로는 건국이래 최대 부동산 매매다.
여기에 개발비용도 최종 입찰가격을 결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입찰가격을 높게 쓰면 쓸 수록 개발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최종 입찰가격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부동산 및 건설업계는 한전부지 개발 비용이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입찰 공고가 난 이후 '승자의 저주' 등 흉흉한 괴소문이 재계에 돌기도 했다.
정 회장이 승자의 저주를 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계열사간 컨소시움. 정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동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단독으로 참여해도 인수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방책으로 핵심 계열사로 컨소시움을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는17조6000억원, 기아차는 5조7000억원, 현대모비스는 6조10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각 계열사간 지분참여 비율은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각 사의 매출액이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5(현대차):3(모비스):2(기아차) 또는 4:3:3 정도로 계열사가 지분 참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 성공은 결국 정 회장의 뚝심의 성공 "이라며 "단기간에 현대차와 기아차를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 성장시킨 정 회장만의 노하우가 인수성공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세계 5위 완성차업체로 성장시킨 정 회장은 앞으로 삼성동 한전부지를 BMW그룹이나 벤츠, 폴크스바겐그룹 본사처럼 복합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자동차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예술문화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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